1) 제주에서 맺은 결실
이게 무슨 향이야?
처음엔 친구가 향수공방을 열었다고 해서 도와줄 겸 가볍게 방문했다.
향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고 별 기대감 없이 향 몇 방울 섞어보는 정도겠거니 했는데, 직접 향을 찾아 조향 하는 과정이 그렇게 즐거울 줄 몰랐다.
조금만 비율을 바꿔도 향은 완전히 달라졌고,
내가 좋아하는 느낌을 직접 향으로 표현하는 게 즐거웠다.
그날 이후로 조향 수업을 찾아다녔다.
향을 공부하다 보니 향이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누군가에겐 고향의 냄새가,
누군가에겐 연인의 잔향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어떤 날엔 향 하나만으로 소란스러웠던 마음이 안정되기도 했다.
향은 기억과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새로운 언어였다.
향을 더 배우고 싶어 자격증을 땄고, 조향사로 공방을 열었고, 운 좋게 대학에 출강까지도 하게 됐다.
향을 찾는 이들에게 각자 어울리는 느낌의 향을 소개해주고, 함께 향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잘 맞았다.
지금은 나만의 브랜드를 준비 중이다.
단순히 좋은 향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과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런 향을 찾아주고 만들어주고 싶었다.
누군가는 그 향을 맡고
아무 말 없이 추억을 곱씹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향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나는 그게 참 좋았다.
나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그런 향처럼 조용하게 오래 남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