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에서 맺은 결실
하늘, 바다, 구름, 돌담길, 이름 모를 들꽃들.
평소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아무렇게 찍어도 그림이었고,
어떤 순간이든 기록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예쁘게' 찍는 것보다
그 순간의 분위기, 온도, 감정을 담고 싶어졌다.
그 사람이 웃고 있었는지, 어떤 표정이었는지,
그날의 바람이 어떤 냄새였는지까지 사진에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사진은 결국 기록이니까.
사진은 그 순간을 지나 보내지 않고,
내 안에 머물게 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지금도 가끔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한 바퀴 걷는다.
괜히 마음이 뒤숭숭한 날엔 셔터를 누르다 보면 내 기분도 조금씩 정리되는 것 같다.
제주는 내게 그런 곳이다.
계속 찍고 싶게 만드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