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보고서라도 워딩에 따라 클라스의 차이가 생긴다
보고서는 언제나 써도 어렵다. 나름 심혈을 기울여 보고서를 작성하여 완벽하다 생각하고 상사에 들고 가면 빨간 줄로 쫙쫙 난도질당하는 나의 보고서와, 상사가 속으로 '내가 후다닥 하고 말지'라고 생각하며 직접 수정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힌다.
사실 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해진 내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성하여 전달하는 것인가?이다. 보고서 초보자가 가장 흔히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어떤 걸 중요하게 강조하고 어떤 걸 빼야 하는지 에 대한 기준이 제대로 서지 않기 때문에 갈기갈기 난도질당하는 것이다. 또한 강조할 때 어떤 워딩을 써서 보고받는 사람의 머리에 각인을 시킬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에 내용 전달이 부실하고 반려를 당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 어떤 워딩을 써야 하며, 어떻게 풀어서 써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보고서를 쓸 때 "다시 써 와"라는 말만큼 끔찍한 피드백은 없다. 이런 피드백은 주로 성질이 급한 상급자여서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보고서 전체에 대한 내용이 불분명해서 보고받는 사람이 내용 파악이 전혀 되지 않을 때 나오는 피드백이다. 이런 말이 나오는 보고서에는 주로 아래와 같은 뉘앙스를 풍길 수 있는 워딩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적극 : 보고서에 ‘적극’이라고 쓴 부분만 신경 쓰고 나머지 부분들은 소극적으로 하겠습니다.
추진 : 이 부분은 일단 하는 시늉 혹은 흉내만 내겠습니다.
검토 : 이 부분은 추진을 할지 말지 나중에 생각해보고 힘들 것 같으면 안 하겠다는 결론을 내릴 예정입니다.
각종, 다양한, 다각적인 : 구체적 수단을 열거하려다 보니 결정적인 한방이 없어서 민망합니다..
전문가와 협의 : 내가 할 일은 아니고 진행하다가 기회가 되면 외주를 맡길 예정입니다.
얼핏 보면 전혀 문제가 없는 워딩처럼 보일 수 있지만, 보고받는 입장에서는 내용은 전혀 없는 복장 터지는 워딩들일 수 있다. 아래 문장을 살펴보자.
해당 내용은 적극 추진을 검토하여 추후 다양한 전문가와 협의하여 결론을 도출할 예정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저 문장을 보고 있으면 고구마를 답답하게 먹은 기분이다. 만약 보고서에 활용한다면 결국 현재 아무것도 준비된 건 없고 나중에 하겠다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해당 워딩들을 완전히 쓰지 않을 순 없겠지만 최대한 지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장 기본이다. 보고서에 쓰는 워딩은 중학생도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구성해야 한다. 만약 불가피하게 어려운 단어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을 보고서 밑단에 표시해야 한다. 보고서를 작성 후 한 번 읽어보며 걸리는 워딩이 있는지 한 번 더 체크가 필요한다.
욕심이 지나쳐 세세한 내용까지 보고서에 전부 작성하다 보면 오히려 정말 중요하게 강조해야 하는 내용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보고서의 목적이나 활용처, 보고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면 보고서 내용은 중구난방이 될 수밖에 없다. 보고를 받는 사람이 보고서를 보고 난 후 머릿속에 내가 무슨 보고를 받았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보고서다.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에 우선 누가 보고를 받고, 그 보고받는 사람은 보고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이후 실무 담당자만 알고 있어도 될 내용들은 걸러내고 포인트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구분한다면 훨씬 더 훌륭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하다보면 자주 쓰는 표현을 습관처럼 쓴다. 어떤 표현을 한 번 쓰다 보면 그 편리함에 중독되어 자꾸 쓰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수동형 문장, 과도한 조사의 사용, 가정형 문장 등 이다. 이러한 문장의 독소들을 과감하게 빼고 나면 훨씬 더 읽기 쉬운 보고서를 완성할 수 있다. 예시를 통해 살펴보자. 아래의 문장들은 보고서에서 흔히 쓰는 표현들이다.
1. (수동형 문장) 글로벌 경제 위기로 잠겨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
2. (과도한 조사의 사용) 정치적 문제의 해결은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이다.
3. (가정형 문장) 목적을 이루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는 지원자를 선호한다.
여기서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을 빼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훨씬 더 읽기 쉬워 진다.
1. 글로벌 경제 위기로 잠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
2. 정치적 문제 해결은 그 다음 일이다.
3. 목적을 이루는 데 보탬이 될 지원자를 선호한다.
모든 문장에서 위와 같은 습관들을 배제하다 보면 오히려 더 이상한 문장이 될 수 있겠지만,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부분에서 남용하지 않는다면 훨씬 더 깔끔한 문장 혹은 워딩을 만들 수 있다.
글이 길어지면 집중력과 가독성이 떨어지는 건 3세 아이부터 80세 노인까지 동일하다. 보고받는 사람도 문장이 길어지면 거부감부터 생기기 마련이다. 보고서에 들어가는 문장은 최대 2줄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작성 이후 두 번, 세 번 스크리닝 하여 불필요한 단어와 조사들을 삭제해야 한다.
보고서에 가장 중요한 것들은 볼드 표시 혹은 밑줄 를 통해 강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들을 남용한다면 오히려 정신만 사납게 만들 수 있다. 즉, 강조되는 워딩이 강조되지 않는 워딩의 비율이 2:8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비율이다. 또한 ~은, ~는, ~이, ~가 등과 같은 조사에는 가급적 제외하고 단어 단위로 강조 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위에 보고 울렁증을 가진 많은 직장인들을 보았다.
"보고서 잘 썼는데?, 이대로 진행하지"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그 날까지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