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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초 Dec 02. 2020

세상의 모든 것들이 구독 서비스로 대체될 수 있을까

즐겨보던 <왓챠>와 <넷플릭스>를 해지했다. 볼 콘텐츠는 많은데 각 잡고 앉아서 1~2시간씩 영화를 볼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왓챠>와 <넷플릭스>를 구독 해지하고도 여전히 SNS에는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면 50% 할인과 월 1회 무료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구독 서비스로 가득했다.



지금 몇 개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나요?


요즘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의 정점에는 구독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다시 보기 할 수 있는 OTT부터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뉴스레터까지 다양한 콘텐츠 구독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이제는 네이버, 애플, 구글 등 대형 IT 기업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까지 해서 더욱 빠져나가지 못하는 개미지옥으로 들어오라고 고객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보낸다. 


미국 S&P는 미국 OTT 이용자 중 3개 이상(29%), 2개 이상(21%)으로 50% 이상이 2개 이상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MZ 세대는 2개 이상 OTT 서비스를 가입한 비율이 67%에 달했다.


이러한 통계자료만 보더라도 구독 서비스는 이미 우리의 삶 깊숙이 침투해있다. 단돈 몇 천 원부터 몇만 원으로 몇 백, 몇 천 가지의 콘텐츠를 즐기라는 달콤한 속삼임은 월 구독료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 금액이라고 느끼게 만든다. 충분히 만족할만한 콘텐츠가 있으면 기꺼이 유료로 지불하겠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생기면서 기존과는 다른 양질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었다. 사람에게 주어지는 24시간은 늘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봐야 할 콘텐츠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콘텐츠들이 각기 다른 플랫폼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어서 더욱 시간을 내어 보기가 힘들게 느껴진다.



구독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이러한 구독 피로 사회에 살면서도 여전히 기업들은 새로운 혜택과 서비스로 무장한 구독 서비스를 계속 만들고 있다. 와이셔츠, 맥주, 면도기, 속옷 등 삼라만상이 구독 서비스로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구독은 유저들을 묶어 놓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인 만큼 기업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서비스 모델일 것이다. 독자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구독 서비스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독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50% 이상의 사람들이 구독 서비스를 최소 2개 이상 사용하고 있는 시점에서 새롭게 후발 주자로 뛰어든다는 것은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면서 생기는 경제적 부담과 다수의 구독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심리적 피로도를 극복하는 미션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을 추천드려요' 정도의 뉘앙스로 큐레이션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가볍게 구독을 했다. 그러나 구독의 선택지가 많아진 지금은 '이런 것들이 있는데 구독 안 하면 손해' 정도로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해야 사람들이 구독을 할까 말까이다. 치열한 구독 서비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우선 유저의 가입율과 탈퇴율을 관리해야 한다. 가입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규 유저들을 확보해야 한다. 대부분의 구독 서비스가 런칭하면 구독료 할인과 이용 기간 연장이라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서 신규 유저는 확보가 가능하다. 


그럼 탈퇴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 유저들을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한다. 신규 유저에게 구독료 할인과 이용 기간 연장이라는 혜택들을 계속 제공하면 기존 유저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존 유저에게 VIP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 한 마땅히 제공할만한 혜택이 없다. 줄 수 있는 것은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뿐이다.


그러나 이는 구독 서비스의 가장 본질이기 때문에 양질의 콘텐츠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면 탈퇴율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 제공이라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고 느끼는 순간 유저들은 바로 떠나버리게 된다. 


이처럼 구독 서비스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콘텐츠 공급자 확보해서 꾸준하게 업데이트해야 한다. 최근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생기면서 콘텐츠 공급자에게는 달라진 점이 있다. 거래처가 많아진 것이다. 예전에는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거래처가 적어 납품하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요즘에는 조금만 잘 나가는 콘텐츠가 있으면 너도나도 구독 서비스로 모셔가기 위해 난리다. 그만큼 콘텐츠 공급자는 본인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찾아 독점으로 제공하기도 하고 우선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콘텐츠 만드는 사람이 왕이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콘텐츠 공급자에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갖고 오거나 더 많은 수익배분을 주기도 한다. 결국 콘텐츠 공급자에게 사업의 주도권을 뺏겨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구독 서비스 입장에서는 매출은 그대로인데 지출만 많아지는 현상이 자꾸 생기다 보니 오리지널 콘텐츠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구독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2020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만 약 20조 원을 투자했으며 2019년에는 매출액 약 24조 원의 75%를 제작 비용으로 재투자했다.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투자는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었던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후발 주자가 이러한 방식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기존에 강력한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 정도는 되어야 한 번 붙어볼 만한 게임이 되는 것이다. 


최근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퀴비 또한 그러한 이유에서 백기를 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공 리스크가 불투명한 콘텐츠에 수천억씩 돈을 쓴다는 것은 투자자에게는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구독 서비스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필수가 되는데 그러한 시도가 결코 쉽지가 않다.


콘텐츠 구독 서비스는 브랜딩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본인 취향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티 구축으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이 팬인 사람이 있다. 방탄소년단과 관련된 콘텐츠는 무료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네이버 브이앱에서 멤버십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간 팬에게만 제공하는 사진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 팬들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면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콘텐츠를 즐기며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이다. 팬덤이라는 커뮤니티 안에서 함께 콘텐츠를 보고 실시간으로 소통하기 위해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이처럼 단순히 콘텐츠 이용뿐만 아니라 커뮤니티를 만들며 구독 서비스를 통해 본인의 개성과 가치관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도 활용되기도 한다. 그만큼 브랜딩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 구독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기능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어떤 모습이 그려질 수 있고 상대방은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 지의 감정적인 이익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브랜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더라도 본인이 필요한 실리만 챙기고 탈퇴하는 체리 피커들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결국 구독 서비스는  <유저 + 콘텐츠 + 브랜딩> 이 3가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3가지 모두가 듣기만 해도 머리가 띵해지는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다. 


기업은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구독 서비스들로 유저들을 유혹할 것이다. 지금 느끼는 피로감은 어느새 당연한 소비 형태가 되어 어쩌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구독 서비스 형태로 이용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유저, 콘텐츠, 브랜딩에 대해 치열한 고민과 차별화된 전략이 없는 구독 서비스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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