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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초 Sep 15. 2024

블록코어는 아직 배고프다

보통 코어가 아니다

* 이 글은 패션 라이프스타일 웹 매거진 온큐레이션에 기고한 글입니다.


수많은 코어 패션이 반짝 떠오르고 사라지는 사이, 올 여름 블록코어의 인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무신사 데이터에 따르면 유니폼 카테고리의 거래액이 올해 4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4배 증가했다. 발렌시아가도 올해 초 풋볼 시리즈를 한 번 더 출시하며 블록코어가 여전히 주목받고 있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모든 트렌드가 시작과 끝이 있듯, 혹자는 블록코어 역시 서서히 내려오고 있지 않냐는 의문을 제시하기도 한다. 반면, 블록코어가 다른 트렌드와 달리 스포츠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올림픽, 월드컵 등 글로벌 행사와 맞물려 계속 인기를 이어가꾸준하게 소비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올해 개최된 파리 올림픽을 통해 블록코어 패션에 대한 관심이 주춤하다가 다시금 증가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축구 업계와 패션 업계 모두 블록코어에 어떤 영향을 받고 있을까? 그리고 블록코어의 인기는 계속될 수 있을까?


선수보다 유니폼이 더 유명해진 클럽


블록코어 트렌드는 축구 클럽에게 디자인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전통적으로 축구 유니폼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특정 선수나 클럽을 사랑하는 팬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디자인보다 스타 선수 영입이 유니폼의 판매 실적을 좌우했다. 그러나 블록코어 등장 이후, 디자인적 미학과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가치를 고려해 유니폼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수혜를 입은 클럽이 바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FC’다.

베네치아 FC는 최근 몇 년간 세리에 B와 세리에 A 사이를 오가는 클럽으로, 성적만 본다면 그저 평범한 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1-22 시즌에 선보인 유니폼은 베네치아 FC의 입지를 180도 바꾸었다. 베네치아 FC는 카파와 스폰서십을 체결한 후, 축구와 패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디자이너 'Fly Nowhere'에게 유니폼 디자인을 전적으로 맡겼다. 그 결과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낸 유니폼이 탄생했다. 이 유니폼은 출시 첫날부터 매진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니폼’으로 선정되었고, 특히 온라인 구매 고객의 95%가 이탈리아 외 다른 나라에서 유니폼을 구매해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시즌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유니폼을 출시해 지금까지도 전 세계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러한 베네치아 FC의 성공은 중소 규모의 축구 클럽 경영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아테네 FC’, ‘베르사유 FC’ 같은 여러 중소 클럽들도 유니폼 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이처럼 축구 클럽에게 패션이 단순히 유니폼 판매 수익을 늘리는 것을 넘어 클럽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블록코어 패션의 대두 이전에는 상상 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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