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와 무심한 한마디
사람은 아플 때, 다칠 때, 가장 가까운 이에게 기대고 싶어진다.
그 순간만큼은 말 한마디, 손길 하나가 절실하다.
하지만 나는 그날,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에게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퇴근길, 갑작스럽게 차가 멈춰 섰다.
빙판길이라 뒤차들은 모두 제동에 힘이 들었고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나 또한 피하지 못했고, 순간의 충격으로 몸이 크게 흔들렸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온몸이 떨리고 머리가 울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사고 났어. 5중 추돌이야... 혹시 내 보험사 기억나..?”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너무나 무심했다.
“내가 니 보험사를 어떻게 알아? 나 바빠.”
그 말은 내 몸의 통증보다 더 아프게 박혔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에게 그는 남편도, 보호자도, 동반자도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더 이상 전화를 걸지 않았다.
“혹시?”라는 기대가 나를 더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혼자 사고 처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다음날이 됐을 때 그제야 그가 이야기를 꺼냈다.
“괜찮아졌어?”
그 말은 걱정이 아니라 의례적인 인사처럼 들렸다.
눈길조차 제대로 맞추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당신은 왜 그렇게까지 차가웠어? 왜 나를 이렇게 방치했어?”
하지만 그 말은 끝내 목구멍을 넘어가지 못했다.
대신 나는 “응,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그 한마디가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확실히 알았다.
나는 혼자였다.
결혼을 했지만, 혼자였다.
아플 때,
다칠 때,
가장 절실한 순간에 곁에 있어 주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관계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거울 속의 나는 점점 더 낯설어졌다.
힘없이 고개를 숙인 여자, 울음을 삼킨 여자.
예전의 김송이는 사라지고, 남편의 무심함 속에서 무너진 내가 남아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날의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결혼 생활의 축소판이었다.
사고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나는 다쳤다.
보호자라고 믿었던 그는 무심히 외면했다.
결국 나는 혼자 견뎌야 했다.
“내가 니 보험사를 어떻게 알아? 나 바빠.”
그의 말은 내 인생에서 가장 차가운 문장 중 하나였다.
나는 그때 확실히 알았다.
이 결혼에서 나는 끝내 보호받지 못하리라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사람은 완벽한 보호막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그는 그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무심함은 내 몸보다 내 마음을 더 크게 다치게 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내 인생의 방패를 스스로 세워야 한다는 걸 배웠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누구에게도 내 안전을 맡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이제야 깨닫는다.
그날의 공헌과 무서웠고 혼자였던 차가운 사고현장,
내 결혼 생활 전체를 상징하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