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으로 가기까지

법정 앞에 서야 했던 이유

by 교중


결혼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울고 있었다.
생활비 문제, 모욕적인 말, 무심한 태도.

하루하루는 버티는 일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나는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이혼하자”라는 말은 내게 너무 큰 공포였다.

그 한마디가 내 인생 전체를 실패로 낙인찍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힘들면 그냥 이혼하면 되지.”


그러나 그 ‘그냥’은 내겐 너무나 무겁고 아득했다.

이혼은 단순히 관계의 끝이 아니라,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파도 같았다.


부모님께 드릴 실망,

주변의 시선,

다시 혼자가 되어야 한다는 두려움.


무엇보다 내가 모든 걸 ‘망쳤다’는 자책이 앞섰다.

그래서 참고 또 참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또 다른 충격을 마주했다.
내 일상과 대화가, 나도 모르게 어딘가에 기록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처음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내 방에서 나눈 사소한 대화, 혼잣말, 친구와의 속 깊은 통화…

그것들이 모두 남의 손에 넘어갔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혔다.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었다.

매 순간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공포가 뒤따랐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건 범죄야.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어?”
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진실을 남겨야지. 그래야 네가 뭘 했는지 증명할 수 있잖아.”


그 대답은 내 마음을 철저히 무너뜨렸다.

사랑의 언어는 이미 사라지고, 의심과 통제가 대신 자리 잡고 있었다.

집 안 가득 놓여 있던 가구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록 장치가 나를 더 옥죄었다.

나는 내 방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소송을 제기했다.
종이 위에 적힌 문장은 냉정했다.

나는 피고가 되어 있었다.


그는 나의 사적인 대화를 왜곡해 내밀며, 그것을 마치 배신의 증거인 양 꾸몄다.


피해자는 분명 나였다.

오랜 시간 경제적으로 압박당했고,

정서적으로 학대받았으며,

방치와 협박 속에서 살았다.



그런데도 그는 모든 책임을 나에게 씌우려 했다.

그 소장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손이 떨렸다.

활자로 박힌 문장들 사이에 내가 있었다.


‘피고’, ‘위자료’, ‘배상’.


단어들은 차갑고 단단했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믿고 싶지 않았다.

한때 같은 식탁에 앉아 미래를 이야기하던 사람이,

이제는 내 삶을 무너뜨리기 위해 법을 이용한다는 것을.

하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종이에 찍힌 도장은 현실이었다.




나는 결국, 변호사의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날 아침, 몇 번이고 발걸음을 돌렸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숨을 고르며 되묻곤 했다.


“정말 이 문을 열어야 할까? 내가 여기까지 와야 했을까?”


문 손잡이를 잡을 때, 손끝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목소리도 떨렸다.


“저… 이혼 소송에 대응하려고 합니다.”


그 한마디를 꺼내는 데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그 순간, 내 결혼 생활이 끝났음을 실감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다짐했다.
“이제는 더는 도망치지 않겠다. 끝까지 싸울 거야.”






돌아보면, 재판으로 가기까지의 길은 오래전부터 깔려 있었다.
무너져 가는 말들, 경제적 압박, 무심한 방치, 협박과 두려움.

그것들은 모두 작은 균열처럼 보였지만, 결국 나를 법정으로 몰았다.


나는 원하지 않았다.

사랑했던 사람과 이런 식으로 끝맺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였다.


그의 언어 속에서 갇혀 있던 나를 구하기 위해,

법정이라는 낯선 무대에 설 수밖에 없었다.


법정은 결코 따뜻하지 않았다.

판사의 시선은 냉정했고, 기록 속의 이름은 무표정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은 내가 다시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나는 그곳에서 말했다.


“저는 피해자입니다. 저 역시 살아야 했습니다.”


비록 법정의 언어로 바뀐 말이었지만,

그것은 오래전부터 내 안에 갇혀 있던 목소리였다.


작가의 이전글방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