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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삶을 언어로 빚는 일

프롤로그

by 김경희

글을 써서 책을 낸다는 건, 나를 꺼내 타인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일이다. 건네는 손이 떨리더라도 진심이라면 책 속 문장은 누군가의 밤을 비추는 빛이 된다. 그 빛 속에서 낙심했던 마음을 위로받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결국,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책 속에 있는 한 줄의 글이다. 이것이 책의 힘이고 우리가 계속해서 글을 쓰고 또 읽는 이유다.


책을 내기 전의 나는 동굴 안에 갇혀있었다.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만을 통해 세상을 보았기에, 왜곡된 시각과 편견, 오류에 빠진 채 걸었다. 그래서 책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때로는 우습게 여겼다. 하지만 첫 책을 내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우물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며 “밖으로 나와보지 않았으면 절대 알 수 없었겠구나.”라고 깨닫던 개구리처럼.


책을 내고 싶은 마음.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보는 마음이다. 어린 시절엔 작가가 되기를 꿈꾸고, 나이가 들어서는 인생을 돌아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는 오래 써온 일기장을 넘기며, 또 다른 누군가는 소셜미디어에 쌓여가는 글을 보며 생각한다. ‘이 정도면 책 한 권 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해 썼다. 글을 쓰는 건 좋아하지만 책으로 묶는 일은 생각해본 적 없는 이들, 출판의 과정이 궁금한 이들, 한 편의 글이라도 제대로 써보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안내서다.


요즘은 책 내기 좋은 시대다. 출판 방식이 다양해져서,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기획출판이든 독립출판이든 출구는 여러 갈래로 열려 있다. 책을 낸다는 것은 이제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자격의 문제도 아니다. ‘선택’과 ‘실행’의 문제일 뿐이다. 문을 열어젖힐 힘과 끝까지 밀고 나갈 꾸준함만 있다면 누구든 저자가 될 수 있다. 그러함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내 이름으로 책 내는 일을 어렵게 여긴다.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는 말도 종종 들린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 어느 순간이 용기와 인내 없이 가능했던 적 있었던가.


세상일 어렵게 생각하면 복잡해지지만, 단순하게 접근하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내가 여섯 권의 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출간하면서 깨달은 점이기도 하다. 책은 특별한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글 잘 쓰는 사람만의 영역도 아니다. 가슴속에 서사(敍事)를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다. 책을 내고 싶은 갈망과 반드시 해내겠다는 결기가 있기만 하다면.


책을 내고 나면 성장한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정체성이 확립되고, 자기표현의 만족감을 얻는다. 글을 쓰는 동안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생기고, 연구와 숙고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며, 기존의 지식을 더욱 단단히 내면화할 수 있다. 글쓰기 능력과 자존감은 자연스레 높아지고,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생긴다. 어쩌면 책은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에게 더 큰 유익을 주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출발선이 되어줄 것이다. 왜 책을 내야 하는지, 책을 낸 후의 변화들, 작가로서 지녀야 할 직업관과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책이 되는 글쓰기의 기본 전략을 정리해 보고, 문학 이론인 순수이론, 시론, 소설론, 비평, 운율론, 문체론을 간략하게 다룰 것이다. 아울러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시, 소설, 에세이, 그림책, 공동저서 등 다양한 글이 책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소개하고, 책을 완성하는 기술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또한 제목을 짓고, 목차를 구성하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쓰는 법, 편집과 퇴고의 중요성과 방향, 출판 기획서 작성하는 법, 실제 출판의 방법들을 소개해 보겠다. 전통적인 출판사와 계약을 맺는 방식부터, 독립출판, POD 출판, 전자책까지. 각각의 출판 방식이 가지는 장단점을 현실적으로 짚고, 독자에게 맞는 출판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세상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남은 건, 바로 당신이 시작하는 일이다. 책을 낸다는 건 단순히 글을 묶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하나의 언어로 정리하는 일이고, 지나온 시간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일이며, 결국 손편지처럼 독자에게 정성스러운 마음을 건네는 일이다.


자신만의 시선과 경험을 통해 나온 문장은 누군가에게 깊은 위로가 되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삶의 방향이 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의 기록이‘책’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언젠가, 누군가의 책장에 당신의 이름이 반짝이며 꽂혀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쓴 사람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충분히 작가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다.


풍경이 아름다운 하늘家에서

雅林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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