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글도 책이 될 수 있다
내 컴퓨터 안에는 여러 개의 폴더가 있다. 그 폴더 안에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가 조용히 숨 쉬고 있다. 각 폴더에는 책이 될 만한 주제의 원고가 제각각 저장되어 있는데, 어떤 것은 벌써 수천 자의 분량을 넘어섰고, 어떤 파일은 이제 막 글 한 꼭지를 담고 있을 뿐이다. 파일의 제목을 슬쩍 들여다보면 이런 이름들이 적혀 있다.
‘제주 한달 살기’
‘살어리랏다 강진’
‘광양 2주 살이’
‘보령 반년 살이’
‘쫀쫀한 해외여행’
‘좋은 집이란’
‘나의 강아지(전자책)’
‘애완견 기르기 전에(전자책)’
‘공상 소설-노을’
‘주린이 탈출기’
‘멋진 노년기’
‘아름다운 사람들 이야기’
‘부부싸움 제대로 하기’
‘감정의 언어’
‘기다림(시)’
‘일상의 빛(시)’
‘시할아버지 이야기(소설)’
‘종교는 왜 필요할까(소설)’
‘언제나 봄날(소설)’
‘할머니의 육아일기’
‘노년기의 즐거움에 대하여’
‘그림책 소재’
‘손주들에게 들려 주는 동화’ …
그야말로 장르도, 결도, 분위기도 제각각인 이야기들이지만, 그 안에는 내 삶을 통과해 나온 진심과 경험, 상상과 희망이 담겨 있다. 이 모든 파일이 책이 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확신할 수 없다. 어떤 이야기는 끝내 빛 보지 못하고 사라질지 모르고, 어떤 글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문장이 되어 책으로 태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는 순간마다 책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주제에 따라 카테고리를 나누고, 흐름을 구상하며, 어떤 톤과 형식이 그 이야기에 가장 어울릴지 고민한다. 그것은 마치 밭을 갈아두고 씨 뿌릴 준비하는 농부의 마음과 닮았다.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준비하는 마음이 있다면 언젠가 그 마음 위로 싹이 자라고, 줄기가 뻗어, 꽃이 피어날 거라는 믿음 같은 것이다.
컴퓨터 안에 저장된 수많은 파일이 언제 완성될지 나도 모른다. 어떤 파일은, 쓰다 멈춘 채 오래 머무를 수도 있고, 어떤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나를 향해 손 뻗으며 “지금이야”라고 속삭일 수도 있다. 그 순간을 위해 나는 오늘도 한 문장씩 천천히 써 내려간다.
작가의 삶은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히 깊어진다. 전국을 누비지 않아도, 내 자리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책과 함께 숨 쉬는 삶.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오늘도 조용히 다짐해본다. 글은 결국, 닿을 곳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으니까.
❤️ 이상으로 '당신의 글도 책이 될 수 있다'를 마칩니다.
읽어주신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석연휴 행복하게 지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