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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후 작가 활동

당신의 글도 책이 될 수 있다

by 김경희

작가로서, 책 출간 이후 어떤 활동을 해야 할까? 가끔 이런 질문 앞에서 한참 망설인다. 사람들은 책이 세상에 나오면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작가에게는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책은 나왔지만, 아직 도달하지 못한 수많은 독자가 있다. 나의 글이 그들의 마음에 닿기까지는 또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전국을 돌며 북 콘서트를 열거나 활발한 미디어 홍보를 하는 성격은 아니다. 사람들 앞에서 책을 선전하는 일도, 소란스럽게 이름을 알리는 일도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름을 널리 알리는 일도 분명 중요하겠지만, 나에게는 그런 방식이 낯설고 어색하다.


그렇다고 마냥 조용히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책을 알린다. 내성적인 성향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그 고요함을 내 방식의 활동으로 바꾸어간다. 그렇게 나는 책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내가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SNS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정성만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책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 온라인의 세계에서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한 조각씩 꺼내 나눈다. 책 속의 문장을 이미지에 담아 올리기도 하고, 그 글을 쓰게 된 배경이나 당시의 마음을 풀어놓기도 한다. 때로는 글 한 구절로 누군가의 마음을 다독이고, 때로는 독자들의 감상에 답하며 조용한 대화를 이어간다. 그렇게 조심스럽지만, 진심으로 글과 사람을 잇는 길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가끔은 카페에서 친근한 독자들과 함께 북토크를 열기도 한다. 온라인 줌을 통해 몇몇 독자들과 만나 글 이야기를 나누거나, 소규모의 낭독회에 참여하기도 한다. 독자가 묻고 내가 답하는 시간은 언제나 짧지만 깊다. 수십 명 앞에서 마이크를 쥐지 않아도, 한 사람의 마음을 만나는 조용한 방식이 내게는 더 잘 어울린다. 또한, 독립서점이나 동네 책방에 책을 소개하는 편지를 쓰기도 하고, 직접 몇 권의 책을 보내기도 한다. 누군가 그 책을 진열해주고, 또 누군가는 그 책을 우연히 손에 들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해진다.

새 책을 소개해주는 신문사에 보내기도 한다. 이런 영향 탓인지 때로는 도서관이나 관공서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글쓰기 특강, 책을 낸 경험, 출판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전하는 자리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또 다른 나눔의 장이 된다. 내 책 한 권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는 사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다시 글을 쓰고 싶어지는 이유가 된다.


책을 읽고 연락을 주는 독자가 있을 때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답장을 보낸다. 긴 리뷰를 남겨주는 독자에게는 진심 담은 인사를 전하고, 어떤 날은 그들의 글에 감동받는다. 그렇게 글이, 책이, 사람 사이를 오간다. 물론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지 않을 때도 있다. 좋아요. 숫자가 기대보다 적거나, 댓글 하나 달리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올린 글 한 편이 누군가의 밤에 닿고, 어느 날엔 조용히 내가 쓴 책을 꺼내 보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진심은 천천히 도달한다는 사실을 믿는다.


작가가 책을 쓴다는 것은 단지 출간을 끝내는 일이 아니다. 그 이후에도 책과 함께 살아가는 일임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책은 하나의 점이 아니라, 이어지는 선이라는 것을. 출간 이후의 시간 또한 작가의 글쓰기가 확장되는 과정이며, 그 속에서 나는 여전히 쓰고, 건네고, 기다리는 사람으로 남는다. 책과 함께 숨 쉬며 사는 일,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의 ‘홍보’이고, 내 글이 닿기를 바라는 가장 진심 어린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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