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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출판의 장단점

당신의 글도 책이 될 수 있다

by 김경희

<책은 여전히 손끝에>


“엄마, 요즘은 전자책이 대세야. 요즘 사람들 다 핸드폰으로 책 읽어. 전자책으로 출간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대.”


딸의 말은 반쯤 농담 같고, 반쯤은 진심 같았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MG 세대답게 전자책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딸은 사실 종이책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동화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림을 들여다보던 아이였고, 지금도 책장에서 책을 꺼내어 읽는 모습이 익숙하다. 그래서 그 말은 단지 “요즘은 종이책 안 읽어”라는 세대론적인 말이 아니라,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건네는 따뜻하고 현실적인 조언처럼 들렸다.


그날 딸의 말을 웃으며 넘겼지만, 그 말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그날 이후 ‘전자책’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생소한 분야였다. 전자책 제작 플랫폼, ePub 파일, 리플로우 방식... 처음 듣는 단어들 앞에서 마음이 잠시 주춤거렸다. 종이책을 만드는 일도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전자책이라니.


하지만 묘하게도, 그 두려움 속에서 은근한 설렘이 피어올랐다. 어쩌면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딸이 말한 것처럼 수익 구조가 조금 더 유연하고 빠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을까.


전자책 출간은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마치 POD 출판처럼, 내가 쓴 글을 비교적 손쉽게 책으로 만들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인쇄비나 보관 걱정 없이, 원고만 준비하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전자책을 출간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한 권의 책을 위해 견뎌야 했던 긴 제작 과정이 조금은 간소화될 수 있다는 것도, 글쓰기를 지속하는 데 있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최근에 급성 백혈병으로 치료 받고 있는 지인 남편이 집에 있는 종이책을 모두 버린 적 있다. 이유는 책에 기생하는 곰팡이와 세균이 환자에게 치명적이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내가 쓴 책도-최근에 나온 책이라 새 책이었으나-버려졌다. 이처럼 종이책은 유익한 정보 저장소이지만, 때로 누군가에게는 건강을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전자책이야말로 유익한 출간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손끝 하나로 책 속으로 들어간다. 출퇴근길, 병원 대기실, 잠들기 전 침대 위에서 책은 스마트폰 속에서 조용히 펼쳐지고 닫힌다. 문장은 화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서체와 여백도 디지털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전자책은 어쩌면 ‘책’이라는 존재의 본질에 대해 묻는 또 하나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무엇으로 책을 느끼는가. 손끝의 감촉인가, 문장 사이의 여백인가, 아니면 다 읽고 난 뒤에 남는 조용한 여운인가.

나는 아직 전자책을 출간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원고를 다시 정리하고, 전자책만의 구조와 흐름을 고민하며, 플랫폼을 익히는 일들을 시작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부담보다, 내 글이 새로운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더 크다.


딸은 여전히 종이책도 전자책도 즐기는 아이다. 형태보다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언젠가 내가 낸 전자책을 스크린 속에서 읽으며 “이거 우리 엄마 책이야”라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작은 화면 속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리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책은 형태를 바꾸어도, 결국 전하고 싶은 마음은 같다. 그 마음 하나만은 시대를 넘고, 종이든 화면이든 언제나 누군가의 가슴에 닿는다. 그래서 나는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문 앞에 조용히 서 있다. 아직 시작되지 않은 이야기가 그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전자책에 실을 이야기(내년에 태어날 손자, 손녀의 출생을 기념할)를, 지금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전자책의 장단점


전자책의 가장 큰 매력은 가벼움에 있다. 종이를 넘기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책 한 권을 손에 들 수 있다. 작가는 인쇄와 배송, 재고의 부담에서 벗어나, 원고만 준비하면 빠르게 출간할 수 있다. 온라인 서점에 등록하면 세계 어디서든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누구나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실용서나 에세이처럼 짧고 간결한 이야기를 담기에도 전자책은 유용하며, 소수 독자에게 정확히 닿을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화면을 오래 보는 데 따른 피로감이 있고, 종이책 특유의 감성과 물성은 전자책으로 완전히 대체되기 어렵다. 전자책은 여전히 일부 독자에게는 낯선 형식이며, 종이책에 비해 사회적 신뢰도나 권위가 다소 낮게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또 전자책을 낼 수 있는 플랫폼마다 요구하는 형식이 달라 제작에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수수료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전자책은 효율적이고 열린 방식이지만, 그만큼 작가 스스로 콘텐츠의 품질과 유통 전략을 꼼꼼히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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