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글도 책이 될 수 있다
브런치 북은 글을 30화까지만 올릴 수 있게 되어 있어서, 못 올린 글 몇 꼭지 더 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힘으로 완성한 한 권>
자비출판은 작가가 출판 비용 전액을 부담해 직접 책을 내는 방식이다. 원고 작성은 작가가 하고, 편집과 디자인, 인쇄는 출판사와 함께 진행하지만, 유통과 판매는 온전히 작가의 몫이다. 그래서 자비출판의 중심에는 언제나 작가가 있다. 책을 낸다는 확고한 의지, 그리고 내 손으로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전하겠다는 결심이 바로 자비출판 출발점이다.
자비출판은 출판사의 기획이나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내용과 형식으로 자유롭게 책을 만들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물론 출판사에서 일정 부분 교정 작업을 돕지만, 완성도 높은 원고를 넘기는 것은 작가의 몫이기도 하다.
자비출판은 단순히 ‘책을 내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세상에 전하는 독립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특히 처음 글 쓰는 사람이나, 소수 독자를 위한 특별한 콘텐츠를 가진 이들에게 적합한 방법이다. 자기 계발서, 여행기, 자서전, 시집, 강의 자료 등 소규모로 제작하고자 할 때도 자비출판은 유연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되어준다.
출판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가운데 자비출판은 작가 스스로 ‘내 글을 세상에 꺼내는 용기’를 허락하는 길이기도 하다. 한 줄 한 줄에 정성을 쏟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고자 하는 이들에게, 자비출판은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선택이다.
하지만 아직도 자비출판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 ‘돈만 있으면 형편없는 글도 책으로 낼 수 있다’는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나 역시 한때는 자비출판 도서를 마주할 때면 이런 편견을 떨치지 못했다. ‘작가로서의 실력보다 자금력으로 만든 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마음 한편에 있었다.
어느 날, 지인이 펴낸 한 권의 자비출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게 되었다. 문장은 다소 거칠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은 어느 유명 작가의 세련된 글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때 깨달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품고 산다는 사실을. 그 이야기는 곧 삶이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유한 인생이라는 것임을. 그때 말끔하게 다듬어진 문장은 아닐지라도, 가슴 깊은 곳에서 간절히 꺼내는 고백한 줄이 독자의 마음을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각자 다른 풍경 속을 걷고 있다. 누군가는 평탄한 들판을, 또 누군가는 거친 절벽을 지나간다. 인생의 굴곡과 빛남을 오롯이 담아낸 책 한 권은 위로가 되고, 또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자비출판은 바로 그런 가능성을 품고 있다. 세상의 선택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삶을 기록하고 전할 수 있는 자유이다. 자유 속에서 태어난 책은 그 어떤 책 보다 진솔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나는 이제 자비출판을 선택한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 누구의 허락 없이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들려주려는 그 용기에 깊은 박수를 보낸다.
자비출판의 장단점
자비출판의 가장 큰 매력은 ‘내 뜻대로 책을 낼 수 있다’는 자유에 있다. 출판사의 심사를 기다릴 필요 없이, 내가 쓴 이야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엮고 디자인할 수 있다. 글 쓰는 속도도, 편집의 방향도, 표지에 담을 색도 온전히 내가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빼어난 출판 전문가의 손길 없이 진행하다 보니, 완성도에 아쉬움이 남을 수 있고, 독자와 만나기까지의 길도 쉽지 않다. 책을 소비하는 일 역시 작가의 몫이다. 그러나 내가 책을 홍보할 여력이 있고, 글을 읽어줄 독자층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독립적인 작가로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고, 출판 과정에서 쌓은 경험은 다음 책을 만드는 데 든든한 자산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 만들어낸 한 권의 책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때, 그 보람은 다른 출판 방식처럼 의미 있다. 자비출판은 쉽지 않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책임지고 세상에 내보내는 가장 주체적인 선택이다. 작가가 글의 주인이 되듯, 책의 길도 스스로 결정하고 개척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