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트에 입문해서 바느질과 함께 어느 정도의 시간 속을 걷다 보면 언젠가는 패턴을 활용한 작품 활동을 하게 마련이다. 각각의 패턴은 저마다의 이름들이 있고 그 이름 속엔 작가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삶의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데 퀼터들이 만드는 패턴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건너온 패턴이다. Air Castle, Album, Basket, Big T, Wild Duck, Zigzag, Union, True Blue, Fox Paws, Economy 등등........
외국 작가들의 패턴을 만들 때마다 우리의 정서가 담긴 패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아바 퀼트 작가 연구회에 소속된 아바 퀼트 작가님들이 2017년부터 우리나라의 정신과 의미를 담은 패턴을 창작해 보자는 뜻을 모았다.
그 결과 지금까지 아바 퀼트 작가 아홉 분과 아바 퀼트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한데 어울려 한글로 이름표를 단 패턴 50여 개를 창작해서 발표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해마다 한글로 된 이름표를 단 패턴, 우리들의 정서를 표현해 주는 패턴, 나와 너,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깃든 우리만의 패턴을 만들어가는 행진이 계속 이어지길 바래본다.
한민숙 작가의 사랑스러운 초코 (Lovely Choco)
"기분 좋은 날에 내가 초코야!"하고 어깨를 들먹이며 함박웃음으로 부르면 초코는 신이 나서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어 줍니다. 2년 전의 어느 날, 처음 만났던 초코를 기억합니다. 못생기고 정말이지 못생긴 강아지 초코! 하지만 지금은 제법 귀엽고 사랑스러운 초코입니다. 가끔씩 함께 놀아 달라 찡찡거리고, 어떤 날은 불러도 누워서 눈동자만 굴려대고, 아직도 얼굴 표정은 사나워 보이지만 세월의 정 때문인지 눈 비 내리는 날 혼자 두고 집에 오는 날은 마음이 짠해져서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퀼트 작가 한민숙-
한민숙 작가의 사랑스러운 초코 패턴을 보고 있자니 지나간 시간의 추억이 떠오른다. 바느질이 좋아서, 바느질하다 만난 사람들이 좋아서 순수한 바느질 모임으로 긴 시간을 함께 하던 아바 퀼트는 2015년 3월에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눈 쌓인 시간을 걸어 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교육을 받던 그때의 시간들 속엔 궁금함과 설렘, 기대와 두려움, 막연한 기대와 흔들림 등 여러 감정들이 아바인들의 주변을 어슬렁거렸던 것 같다. 하지만 많은 것을 이기고 탄생된 아바 퀼트 협동조합은 전라북도 여성문화센터의 서너 평 남짓 되는 작은 공간에서 인큐베이팅을 한 후 이듬해인 2016년에 우석대학교 협력기관이 되어 우석대학 부속건물인 한옥마을의 개조된 한옥에 둥지를 틀게 된다.
한옥마을 공방에서 처음 시작한 아바 퀼트의 첫 사업은 전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아바 퀼트 아카데미였다. 퀼트 아카데미를 통해 퀼트의 저변화와 아울러 바느질을 통해 마음과 마음을 이어가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아바 퀼트는 5년 동안 협동조합의 정신을 배우며 마음껏 실천해 오면서 현재는 아바 퀼트 작가 연구회라는 명칭으로 새롭게 거듭나 36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며 아홉 분의 아바 퀼트 작가가 초대되어 활동 중이다.
한옥마을에서 지냈던 5년을 재산 삼아 지금은 중부교회 비전센터에 있는 토브에서 모임을 갖고 있는데 가끔씩 한옥마을 퀼트 공방 앞에 자리를 잡고 "컹컹" 짖어대던 강아지 초코가 생각난다. 퀼트 공방 앞에 있던 카페 사장님네 강아지인 초코는 얼마나 못생겼는지, 암컷이라는 사실에 다들 놀라며 처음 보는 사람마다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못생겼을까?"라는 말을 안 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냥견이라 힘은 또 어찌나 세었는지, "여자가 힘세면 고생한다는데..."라는 말을 하며 혀를 끌끌 차던 어느 수강생의 말도 기억난다. 가끔씩 답답했는지 목줄로 메 놓았던 튼튼한 사슬을 풀어헤치고 한옥마을로 도망가기도 수차례 했던 초코였는데 우리가 공방에서 이사 나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시골로 갔다는 말을 들었다.
공방을 드나드는 선생님들 중 초코와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분은 바로 한민숙 작가다. 다들 무서워서 초코 옆에 가까이 가지 못하는데 한민숙 작가는 정이 많아서 그런지 초코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초코와 긴밀한 대화도 자주 나누어 주고, 놀이 공도 제일 많이 차주고, 초코 주변이 지저분하지 않게 늘 깨끗하게 치워주고, 눈발이 내리는 추운 날 공방을 나서는 퇴근길에 "너 추워서 어찌 꺼나" 하며 발걸음을 쉬이 떼지 못하던 한민숙 작가는 그 해에 창작 패턴으로 사랑스러운 초코라는 패턴을 만들어 작가 연구회에 제출했다.
한민숙 작가가 초코 패턴을 만들면서 초코에게 사랑스럽다는 형용사를 붙여준 이후로 아바의 여인들이 초코를 대하는 눈초리가 조금은 부드러워졌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