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나는 상상하고 싶은 것을 상상한다
"미드필더 김규령 선수!! 수비수를 제칩니다. 또 한 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골대로 향합니다! 김규령!김규령!! 슈웃!!"
혼자 학교 운동장에서 피구공을 가지고 놀며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나를 상상한다.
상상 속 김규령은 축구를 잘한다. 평소에는 그 실력을 숨기고 체육시간에 조용히 그늘에 앉아있다. 하지만 그가 축구 경기에 나간다면 모두가 깜짝 놀랄 것이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규령이 축구를 이렇게 잘한다고?'
김규령 선수는 모든 수비수를 아주 손쉽게 요리한다. 그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골을 넣는다.
그런 상상을 하며 혼자 가상의 수비수를 세워두고 공을 차고 논다.
골대 속으로 들어간 공을 나에게로 차주는 사람은 없다. 내가 슛을 하고서 골대 안의 공을 다시 가지고 나와 혼자만의 싸움을 시작한다.
"쓔우웃!!"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해져 더 이상 공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피구공을 옆구리에 차고 집으로 향한다. 이렇게 혼자 축구 연습을 해도 체육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체육대회에는 모든 학생이 참여해야 한다. 그때 내가 골을 넣으면 친구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깜짝 놀랄 것이다. 그 누구도 내가 축구를 잘한다는 것을 몰랐을 테니까.
체육대회 때 나는 축구가 아닌 송구를 하게 되었다. 반을 대표해서 축구 경기에 나갈 친구들은 이미 다 정해져 있었다. 반강제적으로 참가한 송구경기에서 골키퍼를 맡게 되었다. 골대가 작으니 그냥 서있기만 해도 된다는 것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속으로 아쉬워했을 뿐이다.
'송구가 뭔데...'
송구 경기에서 꽤 많은 선방을 했다. 우리 팀은 2승을 하고 탈락을 했다. 학 학년당 반이 두 개 밖에 없어 4,5,6학년이 함께 경기했기에 5학년이었던 우리 팀은 준수한 성적을 낸 것이라 볼 수 있다. 막 엄청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내가 선방을 할 때마다 친구들이 환호를 해주었다. 그때 잠시나마 기뻤다. 하지만 그날도 여전히 집에 돌아가기 위해 신발장으로 갔을 때 내 신발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있었다.
왕따를 당하면서 제일 참기 힘든 것이 이 치욕스러움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