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나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난 씻는 게 그렇게 싫을 수 없다. 이불 밖만 나가도 추운데 물도 얼음같이 차갑다. 물이 차가워서 못 씻겠다고 하면 엄마는 냄비에 물을 끓여 세숫대야에 부어주신다.
‘아파트에서는 물만 틀면 따뜻한 물이 나왔는데…’
아침마다 부엌으로 쓰는 작은방 바닥에 쪼그려 앉아 세숫대야에 얼굴을 박고 세수를 한다. 세수를 하고 나면 머리를 감아야 하는데 냄비가 작아서인지 항상 따뜻한 물이 얼마 안 남아있다. 그래서 모자란 물로 적당히 머리가 젖을 만큼 물을 뿌리고 머리를 감는다.
추워 죽겠는데 머리가 뭐라고.
그냥 까치집만 없애면 된다.
화장실은 학교 화장실과 똑같아졌다. 집에서도 쪼그려서 똥을 싸야 해서 이제는 똥 싸는 것도 싫어졌다. 그래서 그냥 참는다. 엄마는 내가 하도 똥을 안 싸니까 똥을 싸면 500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평소에 용돈을 주지 않아서 똥을 싸야만 피씨방에 갈 수 있다. 디아블로가 하고 싶으면 화장실에 가서 쪼그려 앉을 수밖에 없다.
집 주변에 롯데리아나 문방구는 없다. 대신 떡볶이랑 꼬치랑 떡꼬치를 파는 곳이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다. 거기는 떡볶이 3개에 100원, 오뎅국물은 공짜다. 게다가 텐가이, 동물철권을 할 수 있는 오락기도 같이 있어서 심심할 때 가끔 간다. 분식점도 아닌 것이 오락실도 아닌 그곳으로 가면 300원 치 떡볶이를 사 먹는다. 원래 9개를 먹어야 하지만 좀 더 먹어도 괜찮다. 할머니는 꼬치를 굽느라 내가 몇 개를 먹는지 셀 수가 없기 때문이다. 떡볶이는 최대한 늦게 먹어야 오뎅국물을 많이 먹을 수 있다. 빨간색 오뎅국물 국자로 오뎅국물을 가득 떠서 호호 불어가며 먹는다. 너무 뜨거워서 한 번에 많이 먹지는 못하지만 조금조금씩 먹어도 짭짤하니 맛있다. 남은 200원으로는 게임을 하는데 다른 사람이 먼저 하고 있으면 같이 하지 않고 옆에서 구경한다. 난 게임을 잘 못해서 항상 지기 때문에 게임을 길게 하려면 혼자 있을 때 해야 한다. 근데 뭐 옆에서 구경하는 것도 재밌어서 기다리는 게 싫지는 않다.
집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피씨방이 있다. 저 모양은 골뱅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골뱅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골뱅이 피씨방이다. 골뱅이 피씨방에는 디아블로 2 배틀넷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몇 개 있다. 나는 피아노 레슨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틈을 노려 엄마의 지갑에서 몰래 500원을 꺼내 피씨방으로 간다. 피씨방에서 디아블로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길 때까지 뒤에서 게임을 구경하다가 자리가 생기면 500원을 주고 30분 동안 디아블로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난 이제 혼자 노는 것이 익숙하다. 오히려 좋다. 여기 친구들은 이상하다. 그래서 혼자 노는 게 좋다.
사실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친구들이 날 싫어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