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편지 :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영화에게...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이 한 문장을 말하거나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어려운 문장도 아니고 일상에서 쉽게 쓸 수 있는 말이지만
살다 보면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보다는
내 탓인 듯 '죄송해요'라는 문장을 훨씬 많이 주고받는 것 같아.
심지어 잘못이 아닌 일에까지
실제로 절친한 사이인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이 함께 만든 이 영화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어린 시절 고아로 자라
지속적인 입양과 파양 과정
폭력의 아픈 기억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윌이
같은 아픔을 가진 심리학 교수 숀을 만나면서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어.
어린 시절 계속된 버림으로 사람을 못 믿게 된 윌은
누구를 만나도 비꼬고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기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하루하루 일하며 반항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심리 치료 과정을 맡게 된 숀 교수와의 첫 만남에서도
숀 교수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리는
반항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어.
그런 그를 향해 숀 교수는 다른 심리학 교수들과는 달리
윌의 외적인 표현만을 바라보지 않고,
그 마음의 아픔을 진심으로 바라보며 치료를 이어가게 돼.
섣부른 위로의 말과 조언이 아니라
진심으로 윌이 이야기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 주고
윌이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지.
이 과정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느껴졌는지 관객의 입장인 나도
치료를 받고 있는 따뜻한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윌이 듣고 싶은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숀 교수가 전하는 위로의 말.
그동안의 잘못된 행동이 나열되어 기록되어 있는 너의 이력은
'네 잘못이 아니야'.
마음을 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쌓여
마음을 닫고 반항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윌에게
숀 교수의 그 말은 윌에게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안겨 주게 돼.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겉모습만으로, 겉으로 표현되는 것만으로
섣불리 타인을 단번에 평가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겠다고
그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어른이라면 아마 내면을 모두 다 내보이고 사는 사람은 없을 거야.
특히나 우리는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낯선 문화이기 때문에
내면을 감추는 게 더 편한 의사소통 방식이지.
나부터도 때로는 나를 포장하거나
그저 겉핥기 식 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
서로의 진심을 느끼고 진심을 알아가는 더딘 과정이 관계에서는 꼭 필요한 것 같아.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게 진정한 관계의 소통이 아닐까.
요즘은 모든 게 빨리빨리 하다 보니 관계의 속도도 너무 빨라진 게 아닐까
조급함이 들 때가 있어.
바쁜 일상 속에서 더딘 과정을 귀찮게 여기고
기다리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고.
첫인상으로 단번에 파악해 버리고,
한 번의 실수로 관계를 끊어 버리고.
요즘의 사회는 기다리는 인내심이 많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아.
그래서 더 외로워지는 사회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
나도 그렇게 섣부르게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건 아닐지...
이 영화 속에서 윌의 단짝 친구인 처키는
윌과 매일 함께 하지만
윌의 능력을 잘 알기에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도 좋지만
윌이 스스로의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떠난다면
더 기쁠 것 같다는 말을 해.
친구의 앞날을 위해 이만한 진심을 담은 조언이 있을까.
"넌 내 친구니까
이런 말 한다고 오해하지 마.
20년 후에도 여기 살면서 네가 노무자라면
너를 죽여버릴지도 몰라.
같이 놀고 한잔하며 웃는 것도 좋아.
하지만 하루 중에서 가장 좋은 때가 언제인지 알아?
내가 차를 세우고 네 현관까지 가는
10초 정도의 시간이야.
안녕이란 말도 없이 작별의 말도 없이
네가 떠났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관계가 익숙한 사람은 아니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항상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내가 건넨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 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진심이 담긴 말을 건넬 수 있도록...
관계가 서투른 나지만 그래도 노력하다 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진심이 담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화영을 본 순간부터
맷 데이먼의 팬이 되어 버린
너무나 따뜻한 영화 굿 윌 헌팅 이야기는 여기까지.
오늘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