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편지 : 2021년을 보내며...
아무것도 하기 싫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웠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또 새로운 아침을 가져오기에
어쩔 수 없이 다시 힘을 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눈물을 머금고 애써 쥐어짜
한걸음 한 걸음 다시 내디뎠는데,
바로 영화 제로 다크 서티와 드라마 검은 태양, 옷소매 붉은 끝동이야.
세 작품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이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작품들 속에 주인공들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어떤 장애물이 닥쳐와도,
아무리 외로운 상황에 놓여도,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은 최악의 상황에 놓여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캐릭터라는 점이야.
제로 다크 서티의 주인공은
내가 애정하는, 일명 차여사님으로 불리는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 님이 나오는데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9. 11 테러 사건 이후 10년 간을
오직 이 사건의 배후를 끝까지 밝히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인물로 등장해.
그 과정 속에서 유일한 지인도 잃고,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 노력이 수포가 되기도 하고,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지기도 하지만,
그 외로운 싸움을 결국 끝까지 이어가는 캐릭터야.
맨 마지막 그녀가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은 모든 감정이 교차하는 씬이라
영화 속 그녀의 오랜 인내의 과정에 대입해보기도 하고,
나의 2021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대입해보기도 하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인상 깊은 장면이었어.
검은 태양의 한지혁은
다른 어떤 배우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남궁민 배우님이 너무 잘 소화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 드라마는 모든 방송 콘텐츠와 잠시 멀리하고
내가 준비하는 과정에만 힘을 쏟다가 모든 것이 끝나고,
우연히 TV를 틀다가 1회를 보게 되었었어.
그런데 단 몇 장면만에 단숨에 빠져 들어서
끝까지 본방사수를 놓지 않았던 작품이야.
한지혁이라는 인물이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남궁민 배우의 연기도 너무 일품이었고,
곧이 곧대로의 멋진 성품이지만, 사회 속에 잘 섞이지 못하고
외로움 속에 고군분투하는 한지혁을 보면서
옳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데, 옳은 일만을 위해서 싸우는데
왜 사회 속에서는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는지.
드라마 속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도 한지혁이라는 성품은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공감도 되고, 한없이 슬프기도 하고,
다양한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야.
옷소매 붉은 끝동은 좋아하는 가수 2pm의 준호 배우가 나오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정조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 보게 되었는데,
준호 배우의 정조가 너무 공감이 되어서 빠져들었던 작품이야.
나는 정조를 다룬 작품을 볼 때면 항상 슬퍼지는데,
아버지를 할아버지로부터 잃었고,
그 할아버지 밑에서 왕으로서의 배움을 받았고,
아버지와 할아버지 사이의 패가 갈린 조정 대신들로부터
끊임없는 공격을 받았고,
언제나 목숨이 위태로웠는데,
그 외로운 싸움을 어떻게 이겨내셨으며,
어떻게 삐뚤어지지 않고 성군이 되셨으며,
어떻게 모난 마음을 가지지 않고 백성을 사랑하는 진정한 군주가 되셨는지.
어떻게 그 모진 순간들을 그 무거운 책임들을 이겨내셨는지.
역사적 사실들을 곱씹으며 바라보면 정조는 늘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그런 정조를 참 잘 표현해냈다는 생각이 들어.
2pm 준호 님은 데뷔 때부터 보면서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는데
꾸준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 이번에 정말 반짝반짝 빛났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세 작품의 주인공들과 그리고
그 주인공을 멋지게 연기해 준 매력적인 배우들과 함께 공감하면서
나는 2021년 힘들었던 기억들을 잘 다독일 수 있었고,
새로운 기회 속에 잘 적응해 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인생은 참 어려워.
어느 때는 살기 싫어 죽겠다가도
어느 때는 또 잠시 너무 좋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힘들어 죽겠다고 한탄하게 되니까.
비교를 하다 보면 내가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고,
또 사랑을 받게 되면 내가 한없이 소중해지기도 하고
간사한 마음은 참 이리저리 잘 휘둘리는 것 같아.
하지만 세 작품 속에 주인공들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나의 길을 가다 보면
나만의 결실을 맺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들이 흔들리고 무너지고 외로워도 다시 열심히 일어나 걸었던 것처럼
나도 아무리 흔들리고 무너지고 외로워져도
제발 지치지 말고 꿋꿋이 걸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2022년 다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그냥 주저앉아 마냥 쉬고 싶다는 나약한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또 새로운 시간이 주어졌으니 잘 살아내야겠지.
2022년 마지막 날에는 2021년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