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생각보다 무겁다

누구나 마음에 무거운 구름 한 덩어리쯤은 품고 있다

by 서하

"구름은 생각보다 무겁다."


마치 솜사탕처럼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면, 저건 참 가벼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다.


과학적으로 보면, 구름은 단순한 수증기는 아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하얀 구름은 수많은 작디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이루는 응결체이다.

다시 말하면, 수증기가 공기 중의 미세먼지나 입자 등에 달라붙어 물방울로 변한 뒤, 일정 밀도로 뭉쳐진 것이 바로 구름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구름의 평균 무게는 500,000kg, 즉 약 50만 kg이다.

이는 코끼리 100마리의 무게와 비슷하며, 소형 비행기 한 대의 무게를 훌쩍 넘는다.




이 숫자는 어떻게 측정되었을까?

잠깐 깊게 들어가 보면, 미국의 기상학자 페기 르몽(Peggy LeMone)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1세제곱미터의 구름에는 약 0.5g의 물이 있다.

그런데, 구름 한 덩이의 부피는 대략 1km X 1km X 1km, 즉, 1,000,000,000 세제곱미터에 달한다.

단순히 곱해보아도, 0.5g X 1,000,000,000 세제곱미터 = 약 500,000,000g = 500,000kg이 나온다.

바로 이 계산을 바탕으로 '구름이 무겁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막연하게 구름이 무거운 것이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는데

문득 그러고 보니, '어떻게 떠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그 이유는 구름을 구성하는 수많은 물방울이 너무나 작고 가벼워서,

중력에 의해 곧장 떨어지지 않고, 상승기류에 의해 지탱되기 때문이다.

또한, 공기보다 약간 밀도가 낮은 상태로 퍼져 있어서 마치 대기에 녹아 있는 듯 부유하는 것이다.


구름은 공중에 가벼운 척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자연의 힘이 유지시키는 정교한 균형 상태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공기와 바람, 온도와 압력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며

어쩌면 스스로도 자신이 얼마나 무거운지 잊고 있는 듯, 구름처럼 살아간다.


예전에 늘 밝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 친구는 늘 분위기를 띄우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자리를 환하게 밝혀주곤 했다.

다른 사람의 고민거리를 집중해서 잘 들어주고, 누군가 울컥하거나 화를 내면 공감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가 말했다.

"요즘 인생이 너무 재미없고, 아무것도 안되고, 이렇게 살아가야 하나 싶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생각했다.

겉으로는 가벼워 보여도, 그 안에는 말하지 못했던 50만 kg의 무게가 들어있었나 보다.

그동안 내가 편하게 기대며 웃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친구가 조용히 떠받쳐주었던 정체 모를 공중의 무게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이후로 이따금씩 출근길 버스 안에서, 퇴근 후 길거리의 인파 속에서 사람들을 유심히 본다.

별일 없는 표정에 익숙한 발걸음으로 다들 무덤덤하게 걷지만,

알고 보면 저 사람들도 무거운 구름 하나쯤 안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는 자주 사람을 보이는 모습대로만 판단하곤 한다.

말투가 괜찮아 보이면 진짜 괜찮은 줄 알고, 울지 않으면 괴롭지 않은 줄 안다.

하지만, 구름처럼 사람도 그 안에 무게를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무게는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도 아니고 가볍게 행동한다고 해서 무겁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섣불리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

그 사람만이 아는 무게가 있다는 걸, 구름처럼 무겁지만 조용히 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벼워 보이는 사람도 마음에는 구름 한 덩어리쯤은 품고 있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그 무게를 상상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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