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어릴수록 고개를 들어야 합니다.

성장의 광합성을 위하여

by 권혁재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겸손의 미덕입니다. 하지만 오늘 문득, 이 익숙한 문장을 뒤집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벼는 어릴수록 고개를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생존을 위한 광합성

논 위의 어린 벼들을 가만히 살펴보신 적이 있나요? 그들은 아직 알곡이 차지 않아 가볍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꼿꼿하게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기 위해서입니다.

성장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흡수해야 하는 시기에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충분한 빛을 받을 수 없습니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단계, 즉 어린 벼의 시기에는 겸손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숨기기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갈망하는지 당당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이라는 태양이 나를 발견하고 성장의 에너지를 비춰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력이 쌓이기 전의 기세

아직 결과물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은 때로 겸손이 아니라 위축으로 비치곤 합니다. 실력이 쌓여 그 무게로 인해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지기 전까지, 우리를 지탱해주는 것은 바로 기세입니다.

"나는 아직 이 분야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내가 가진 잠재력과 추진력만큼은 누구보다 곧고 단단하다." 이런 당당함은 오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가진 가능성에 대한 예의이며, 나에게 기회를 줄 세상에 대한 최소한의 약속입니다. 기세 있게 고개를 들고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더 큰 꿈을 담을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강인함

고개를 든다는 것이 뻣뻣하게 굳어 타인을 무시하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태양을 향한 방향만큼은 잃지 않는 유연함, 즉 부드러운 강인함이 필요합니다. 고개를 들고 세상을 똑바로 응시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내가 어디로 자라고 있는지, 내 곁에 어떤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아직 익지도 않은 벼에게 벌써부터 고개를 숙이라고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마음껏 고개를 들고, 가장 뜨거운 빛을 받아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작정 발버둥쳐야 할 때입니다.

고개를 숙이는 아름다운 미덕은, 훗날 우리 내면이 알곡으로 가득 차 무거워졌을 때, 그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성장을 꿈꾸는 모든 어린 벼들이 고개를 당당히 들고 태양을 마주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