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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칸희 Oct 10. 2024

프롤로그. 평생 직장 Zero 시대, 자생력을 찾아서

이 일이 어떻게 시작됐느냐 물어보신다면

프롤로그 

나는 늘 끝을 먼저 생각하곤 한다. 주어진 일에 내 모든 것을 쏟아내는 노력파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 내 열심이 땅에 떨어지지 않고 열매 맺을 수 있도록 뿌리를 내릴 토양을 고르는 일은 내게 언제나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성향상 나는 첫 취업 준비를 앞두고도 이 길의 끝에 대해 먼저 생각했다. 유리 천장이 붕괴된 사회라고는 하지만 기성 기업들의 위계에 여성들의 기회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사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극소수가 보도된 것일 뿐 OECD 회원국 중 대한민국이 남녀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는 통계만 보아도 기존의 벽은 꽤나 견고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변 언니들의 삶을 통해 보아도 본인이 추구했던 전문직이 되지 않는 이상 대개의 경우 한계가 있는 직장 생활 자체에 염증을 느끼거나 전업 주부가 되거나 하는 식이었다. 비단 여성들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 요즘 시대에 남녀 모두 직장 생활 자체의 말로는 여러모로 어둡게만 보였다. 나같은 사람들은 어디에 입사를 하든 갈아 넣어(?) 일을 하게 될 확률이 높은데 갈아 넣음의 대가가 사다리의 꼭대기 아닌 그 아래 어디쯤이라면 취업의 목적은 달라야 했다.


인간에게 일은 중요하다. 먹고 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하루의 상당 시간이 일과 관련된 시간이기에 일에서의 만족도가 곧잘 인생의 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잘 사는 사람은 통장 잔고가 두둑한 사람이 아니라 워라밸이라는 개념 자체가 의문인 사람 즉 일이 곧 삶일 만큼 일을 좋아하고 일을 통해 자기 존재를 실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진정 자기 삶을 사랑할 수 있으려면 나의 일을 사랑해야 한다.


그때부터 내 안에 ‘자생력’이라는 단어가 깊게 와 박혔다. 한 번 사는 인생, 나는 내 삶을 진정 사랑하며 살고 싶었기에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싶었다. 노력을 해도 보상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끝내 좌절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조직이라면 조직을 떠나 개인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했다. 심지어 요즘은 40대 후반만 돼도 회사를 나와야 하는 현실이니 나이 들어서도 행복하게 제 구실하며 잘 살기 위해서는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자기 일이 필요했다.


당시 나는 실로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다. 가까운 미래의 결국을 이미 내다보고 왔으니 종착지를 바꾸려면 시작을 달리 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디서 첫 시작을 해야 하는 것인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그때의 위기감은 나의 인생 방향을 잡아가는 데 귀한 에너지로 전환되었다.




학부 때부터 나는 늘 막연하게나마 창업이 하고 싶었다. 거창한 야망 같은 건 없었고 그냥 내 머릿 속의 생각을 세상에 구현했을 때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오면 짜릿했다. 이런 행위를 가치 창조적인 행위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창업이 가장 현실적인 방편으로 보였다. 학교를 다니면서 수십 개의 대외활동과 공모전에 자발적으로 임할 수 있었던 이유도 지금 생각해보면 내 기획 능력이 방구석 공상 같은 허무맹랑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 현실에 먹혀드는 것인지 셀프 테스트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자생력'이라는 단어가 내 인생의 대주제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그날, 나는 곧 이것이 내 사업 아이템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직감했다. 평범한 일반인이 회사 밖에서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면 다수가 자신의 이름으로 살게 될 확률이 높은 가까운 미래에 꼭 필요한 지식 또한 될 터였다. 게다가 개인이 생산해내는 데이터 즉 콘텐츠의 밸류가 상당히 높아질 웹 3.0 시대도 눈 앞에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뛰어들기 마땅한 잠재력의 대양이었다.


그렇게 나의 자생력 치트키를 찾기 위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관건은 내세울 것 없이 아주 평범한 사람이 투입하는 노력 대비 괜찮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벌어 들일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는 것. <타이탄의 도구들> 이라는 책을 쓴 팀 페리스는 성공한 사람들은 일정 스킬들을 도구처럼 갖추고 있고 이를 조합하여 성과를 낸다고 말한다. 이것에 착안하여 나는 개인이 조직 밖에서 자기 이름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도구들을 모아 창의적으로 조합해 볼 심산으로 각종 자생 도구들에 대해 하나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지독한 현실주의자인 나는 독방에서 공부한 것들이 실제 현실에도 먹혀 드는 지 꼭 실험을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어느 정도 이론을 채우고 나서부터는 여러 회사를 거치며 현장에서 직접 내 두 눈으로 가능성을 체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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