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들의 삶은 과연 행복할까?
MCN에서 일하면 정말 많은 인플루언서들을 만나게 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인플루언서가 궁금한 사람들은 MCN에서 일을 해보면 된다. 보통 회사에 소속된 인플루언서들은 담당자가 있다. 전속 매니지먼트 제도가 있는 회사라면 인플루언서와 긴밀한 관계로 지내는 전담 팀이 배정되고 단순 광고나 커머스 연결을 하는 식의 건별 협업이라면 다소 관여도가 낮은 파트너십 방식으로 팀이 지정되기보다는 그때 그때 담당자가 배정되는 식이다. 나는 전속 제도가 있는 회사에서 일을 해서 인플루언서들과 상당히 가까운 사이로 지냈다. 전담 팀이 가진 큰 어젠더 중 하나는 인플루언서가 아 다르고 어 다른 진정성 없는 모습 말고 일관성 있는 맥락에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때문에 마치 연예인 매니저처럼 내 전담 인플루언서들의 모든 스케줄 파악은 기본, 매일같이 소통을 하며 향후 활동 방향 포인트를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모든 일이 거진 사람과 사람 간의 일이라지만 연예 기획사 같은 매니지먼트 성향을 띠는 기획사들은 긴한 소통이 일상이기에 서로 친해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회사에서도 담당 인플루언서들과 사석 만남을 장려하곤 하는데 상호 간 라포 형성이 중요해서다. 아무튼 오랜 기간 다양한 인플루언서들과 동고동락을 함께 하다 보니 인플루언서라는 위치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인플루언서. 요즘 보면 참 말 많고 탈 많은 단어이다.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오르는 이들이다보니 잡음은 숙명인 듯 하다. 남의 돈 받는 일이 무엇 하나 쉬운 게 있겠냐만은 다행히도 측근으로서 지켜본 ‘직업으로서의 인플루언서’는 장점이 단점을 능히 상쇄할 정도로 좋은 면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시대의 축복을 받은 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들의 삶은 꽤나 멋지고 행복해 보인다. 사석에서 만나 얘기해봐도 다들 실제로 만족도도 높고 인플루언서가 된 게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하니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대다수가 생계를 위해 마지못해 하는 게 일이라지만 그들은 대체 어떤 이유에서 직업 만족도가 높은 것일까?
그냥 잠시 그들의 삶을 상상만 해봐도 알 수 있다. 열심히 쓴 블로그 글 하나, 공들여 하루 꼬박 작업한 유튜브 영상 하나. 야심차게 올려보아도 보아주는 이가 거의 없다. 일반인들의 슬픈 현실이다. 반면 인플루언서들은 힘 빼고 슬쩍 하나 올렸을 뿐인데도 순식간에 반응이 터지고 심지어 기사까지 뜬다. 시간이 갈수록 날 따르는 팬들도 더욱 늘어나니 내가 받는 사랑도 인정의 강도도 비례해 커져간다. 내로라 하는 브랜드들도 나와 함께 일하고 싶어서 극진한 대우를 해오며 숱한 협찬 공세는 기본, 내 계정에 잠시 소개하는 대가로 직장인들의 일년 치 연봉에 맞먹는 금액을 제시한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일어나는 시간도 일하는 시간도 언제든 조정할 수 있는 자유는 덤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하위 단계에서 상위 단계의 욕구로 갈수록 인생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인플루언서가 하는 일은 이 모든 욕구 단계를 충족한다. 일과 삶의 분리가 필요한 보통의 직업인들과 달리 인플루언서들은 하는 일 자체가 곧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자아실현일 때가 많다. 뒷 챕터에서 차근차근 풀어가보겠지만 롱런하는 인플루언서들이라면 인플루언서 할 성향이 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이 곧 내 자아실현이 되는 행복한 사람들이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행복할 확률이 높은 직업일 수 밖에 없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인플루언서를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인플루언서의 장점에 대해서도 들여다봤으니 열정도 한층 오른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직업은 직업이다.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는 것이다. 하여 먼저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어디서나 기본과 본질이 가장 중요하듯 여기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인플루언서다운 인플루언서, 즉 진정으로 선한 영향력을 펼치며 대중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직업의 본질을 늘 붙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자연히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게 된다. 어떻게 시작해서 성장을 했는 지, 어떤 이유에서 점점 하락세로 접어드는 지. 내리막길을 걷는 인플루언서들을 가만 들여다 보면 대개 그들의 본분을 놓치고 있을 때가 많다. 모두가 띄워주는 인기의 절정에서 돈과 명예에 취해 본질을 붙들지 못하는 것이다. 이 세계는 한 번 이슈가 터지면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무서운 곳이다. 콘텐츠 떡상 비결, 계정 빨리 키우는 법, 숏폼 편집법, 알고리즘 등 이제 시작하는 당신은 배울 것이 많아 조급할 것이다. 급해 죽겠는데 무슨 직업의 본질을 논하고 있느냐며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반짝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면 단언컨대 이 본질이 전부이다. 당신이 지금 궁금해하고 있는 그것은 비본질, 즉 본질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작용뿐이다. 이 사실을 꼭 명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굳이 첫 챕터의 시작부터 직업으로서의 인플루언서, 그 정의를 내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