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자생력, 인플루언서 커머스
일반인 자생력 도구 1. 온라인 장사
내가 택한 자생력 도구, 그 첫 번째는 바로 '장사'. 평범한 개인이 무자본에 가깝게 창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떼와서 파는 것 즉 장사가 가장 현실적이지 않나 싶었다. 당시 유튜버 신사임당 님이 스마트스토어 열풍을 일으켰던 때였는데 막연하게 장사라는 개념만 가지고 있던 나는 그를 통해 '온라인' 장사의 세계에 눈을 떴다. 참 반가운 일이었다. 물리적인 한계로부터 일순간 자유로워졌던 느낌이랄까! 등잔 밑이 어둡다고 매일 인터넷을 하면서도 왜 온라인이 장사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던 건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1인의 전투지로는 한계가 있음을 빠르게 깨달았다. 누구나 시작은 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종국에는 자본 싸움이 필연인 특성을 가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너도 나도 다 떼와서 팔 수 있는 상품으로 시작하게 될 확률이 높은데 이 경우 상품 차별화는 매우 고난이도가 되며 결국 가격 인하로 인한 출혈 경쟁으로 이어져 가장 먼저 시작했거나 잘 했거나 한 사람이 독식하게 되는 구조가 된다. 또한 본인이 직접 만들거나 독점한 상품이 아닌 이상 상위 노출을 위한 광고비 지출은 갈수록 증가해 이는 평범한 개인에게 큰 허들일 뿐더러 무엇보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해보였다.
온라인 장사, 나아가 온라인 마켓 혹은 상점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너무나 멋져서 이래저래 방법을 더 알아 보았으나 너무나 확고한 이 리그 승자의 법칙, 광고비와 차별화. 쓰라렸지만 이로써 얻은 귀한 자생력 인사이트 두 가지. 1) 광고비 투자 없이도 내 것을 알릴 수 있어야 한다! 2) 똑같은 것을 팔아도 나에게 사게 만들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일반인 자생력 도구 2. PR 스킬
야심차게 시작한 첫 번째 도구 탐색에서 꽤나 크리티컬한 한계를 발견한 이후 곰곰이 생각해봤다. ‘개인이 온라인 장사로 먹고 살려면 가급적 돈을 안 쓰면서 내 것을 알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가능하긴 한 건가? 하.. 역시 세상은 가진 자의 편인가?’ 등등 그때의 나는 반드시 돈을 지출해야만 홍보가 가능하다는 관념에 매몰돼 괴로워하며 그 어떤 실마리조차 찾지 못 했다. 다만 알리는 능력, 즉 ‘PR’에 대해서는 일단 무조건 배워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왠지 모르게 PR 스킬을 터득하면 인생 전반에 걸쳐 엄청난 부스터를 장착하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하여 이왕 배우는 거 확실하게 배워 보자며 PR의 최고봉인 홍보 대행사, 그중에서도 굳이 PR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곳에서 두 번째 자생력 도구 탐색을 시작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알리지 못 하면 진짜 망하는 곳이었다. 본체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광고비에 투자하며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띄게 만들기 위해 혈안인 것이다. 자기 자신을 PR하든 상품을 PR하든 대상이야 뭐가 됐든 간에 세상에 알리는 능력은, 그것도 알리고자 하는 바를 똑바로 알리는 능력은 지금 사회에 무조건 다다익선인 소양이 맞다.
어느 영역이든 본질을 파악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가 있게 된다. 내가 홍보 대행사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이유는 다름 아닌 개인의 자생력 방안을 만들어 갈 재료 확보에 있었으니 나는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내내 홍보의 본질을 알아내려 애썼다. 실무에서의 배움과 함께 오고 가며 탐독했던 수십 권의 홍보 관련 책을 통해 내가 파악한 PR의 핵심적인 본질은 심플했다. 이것은 또한 내가 발견한 세 번째 자생력 인사이트이기도 한데 바로 3) 사람들은 내가 소개하는 대로 봐준다는 것, 그러니 일관성 있게 대상을 인식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멋지고 대단한 것들을 추구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추구할 만한 대상을 만들고 세상의 문법에 맞게 제대로 알려 나간다면 팔릴 가치를 가지겠구나 하는 식으로 PR에 대한 대략적인 가닥이 잡혔다. 그 존재가 물건이건 사람이건 브랜드이건 간에 말이다.
당시 나는 현업에서 다국적 기업들의 상품을 홍보하는 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s,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획안을 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 과정들을 수행하는 내내 이것을 한 사람을 기획하는 일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자생력이라는 단어에 꽂혀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어진 생각의 흐름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대체 사람을 기획한다니? 내가 이제는 의도된 꼭두각시를 만들려는 심산인가 싶어 이런 생각이 드는 자신이 뭔가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한 기분이었다. 혹시 내가 소시오패스인가 하는 의심으로까지 번지려던 찰나… 문득 담당 브랜드 신제품 런칭 행사에 초청됐던 인플루언서들이 기억 속에 떠올랐다.
일반인 자생력 도구 3. 인플루언서
수천 만원을 받고 행사에 초청돼 스탭분들의 환대를 받던 그들은 마치 고고한 백조 같았다. 그들 곁엔 그들의 모습을 빠짐없이 담아내는 촬영팀이 있었고 그들 역시 연신 사진을 찍으며 행사장의 순간들을 담았다. 당시 행사장에서 스탭분들을 관리하던 나는 그날따라 유난히 인플루언서들의 모습이 남다르게 다가왔었다. 기업이 수천 만원을 지불하고 모셔올 정도의 홍보 파워를 가진 그들. 내가 파악한 홍보의 본질에 대입해보면 인플루언서는 그들 자체가 사람들이 추구할 만한 요인을 갖추고 있으며 세상의 문법에 맞게 그들 자신을 잘 알린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어서 이어진 의식의 흐름에서 나는 네 번째 자생력 인사이트를 발견했다. 그들 모두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일반인들이었지만 4) 자신의 SNS에 꾸준하게 올린 콘텐츠 덕분에 일반인에서 인플루언서로 탈바꿈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지금 돌이켜보면 그날 행사장에서 느꼈던 이상한 감정은 일종의 나의 운명 시그널(?)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몇년 간 찾아 헤맸던 물음에 대한 해답이 바로 '인플루언서'에 있음을 깨닫게 해줬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 그들은 1) 광고비 투자 없이도 내 것을 알릴 수 있으며 2) 똑같은 것을 팔아도 굳이 그들에게 사게 만들 수 있는 사람들로 3) 일관성 있게 그들 자신을 인식시켜왔는데 그 모든 비결은 바로 그들이 4) SNS에 꾸준하게 올린 콘텐츠 덕분이었다. 핵심은 콘텐츠라고 볼 수 있는데 콘텐츠는 전략으로 싸우는 무자본 창업에 근접한 영역이었기에 이것은 그야말로 내가 찾고 또 찾았던 자생력 그 자체였다. 유레카! 인플루언서라는 열쇠를 발견한 순간은 정말이지 한 영화의 극적인 클라이막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인플루언서라는 열쇠를 발견하고 난 이후 나의 연구 방향은 '일반인들이 인플루언서 되는 방법'으로 보다 디테일하게 좁혀졌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는 법.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마스터하기 위해 나의 그 다음 스텝은 인플루언서 커머스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4년 간 인플루언서 업계에서 인플루언서 커머스 디렉팅과 함께 한 회사의 캐스팅을 전담하며 내 나름의 원칙과 방법론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일지라도 인플루언서라는 직업이 자신의 성향에 맞기만 한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기울이는 올바른 노력으로 충분히 일정 궤도 위에 오를 수 있다. 이는 인플루언서 업계에서 수많은 신예 인플루언서들의 탄생을 지켜보며 확신한 바이다.
아울러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웹3.0 시대의 다른 말은 콘텐츠 오너십 이코노미다. 개인이 만들어내는 데이터 즉 콘텐츠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경제적 교환 가치를 인정받는 세상이 된다. 결국 가까운 미래는 개인 콘텐츠가 더더욱 경쟁력을 가질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먹고 사는 인플루언서들이 시대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될 확률이 높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그 순간부터 나는 지극히 평범한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자생력에 대해 탐색해왔다. 그 첫 동기는 나의 커리어를 위해서였지만 연구하면 할수록 각자도생 경향이 짙어지는 향후 사회에 우리 모두가 필요로 하는 시대 지식이 되겠다는 확신으로 이어져 이제는 일종의 사명감이 되었다.
이 책은 지난 몇년 간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입장을 기준점 삼아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화려한 인플루언서들을 보며 그저 먼나라 이야기쯤으로 여기며 박탈감만 느꼈다면 이 책을 통해 당신에게도 아주 당연한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