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소송이 진행되면 선서증언(이하 "Deposition")은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Deposition은 법정에서 판사 앞에서 증인을 신문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알아서 만나서 선서증언자(Deponent)에 대한 Deposition을 진행하고 나중에 그것이 디스커버리 기록으로 들어가는 절차이다. 그런데 회사가 소송 당사자가 되었을 때, "PMK Deposition"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접하게 된다. 개인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일반적인 Deposition과 달리, Person Most Knowledgeable(PMK) Deposition은 완전히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 이 글에서는 캘리포니아 주법원과 연방법원을 중심으로 두 제도의 핵심 차이를 살펴본다.
PMK는 "Person Most Knowledgeable" 또는 캘리포니아에서는 "Person Most Qualified"의 약자다. 이 제도의 핵심은 간단하다. 변호사가 회사의 특정 정보나 입장을 알고 싶을 때, "누구를 불러야 할지 모르니 회사가 알아서 가장 적합한 사람을 보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해가 쉽다. 어떤 회사의 급여 정책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자. 외부 변호사는 그 회사의 조직도나 업무 분장을 정확히 알 수 없다. HR 부서장이 알까, CFO가 알까, 아니면 급여 담당자가 알까? 이럴 때 PMK Deposition을 통해 "급여 정책과 결정 과정"이라는 주제를 명시하면, 회사가 스스로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아 지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민사소송법(California Code of Civil Procedure) Section 2025.230은 이렇게 규정한다. 피신문자가 자연인이 아닌 경우, Deposition 통지서는 신문할 사항을 합리적으로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그러면 해당 조직은 그 사항들에 대해 "가장 자격을 갖춘(most qualified)" 임원, 이사, 관리자, 직원, 또는 대리인을 지정하여 출석시켜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most qualified"라는 표현이다. 캘리포니아는 단순히 아무나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해당 주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을 요구한다.
연방 민사소송규칙(Federal Rule of Civil Procedure) 30(b)(6)도 본질적으로 같은 구조다. 조직을 상대로 Deposition을 실시할 때는 신문할 사항을 합리적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고, 조직은 하나 이상의 임원, 이사, 관리 대리인, 또는 다른 사람을 지정하여 조직을 대표해 증언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연방 규칙은 "most knowledgeable"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회사에 좀 더 전략적 유연성을 준다. 예를 들어 기술적 지식은 부족하지만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직원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론 그 사람은 충분한 준비를 통해 조직의 정보를 숙지해야 한다.
다만 2020년 연방 민사소송규칙이 개정되면서 Rule 30(b)(6)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이제 당사자들은 Deposition 통지서 송달 전이나 직후에 "신속히 협의(confer promptly)"해야 한다. 이는 주제의 범위와 PMK 지정에 대해 사전에 논의하여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려는 취지다. 캘리포니아는 아직 이러한 명시적인 사전 협의 의무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실무적으로는 많은 변호사들이 자발적으로 사전 협의를 진행한다.
개인 Deposition은 질문 주제와 질문 사항을 사전에 제공하지 않는다. Nicole이라는 직원이 증인으로 소환되었다고 하자. 그녀는 Deposition 통지서를 통해 언제, 어디서 Deposition이 열리는지는 알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가 정확히 어떤 질문을 할지는 절대 알 수 없다. 이는 실체 사실관계에 접근하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인데, 만약 질문 목록을 미리 제공한다면, 증인이 답변을 미리 준비하거나 심지어 조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 Deposition에서는 법적으로 질문 내용을 사전에 공개할 의무가 전혀 없다.
반면 PMK Deposition은 정반대다. 법은 명확하게 "합리적으로 구체적으로(with reasonable particularity)" 질문할 주제를 사전에 명시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PMK Deposition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인데, 이 절차는 개인의 기억이 아니라 회사의 공식적인 정보와 입장을 밝히는 절차다. 따라서 회사가 적절한 대변인을 준비시키려면, 무엇에 대해 증언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마케팅 예산 책정 과정"이라는 주제가 명시되면, 회사는 해당 기간 동안 예산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을 찾아 관련 자료를 모두 검토하게 하고, 회사의 공식 입장을 정리하여 증언할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PMK 증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그것이 회사를 법적으로 구속한다는 점이다. PMK가 "우리 회사는 그 당시 그런 정책이 있었습니다"라고 증언하면, 그것은 회사의 공식 입장이 된다. 나중에 재판에서 회사가 "사실은 그런 정책이 없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 이는 개인 Deposition과 완전히 다르다. 개인 증언자인 Nicole이 "제가 알기로는 그런 정책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증언해도, 이는 그녀의 개인적 기억일 뿐이다. 회사는 나중에 다른 증거를 통해 반박할 수 있다.
또한 증거법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연방 증거규칙(Federal Rules of Evidence) 및 캘리포니아 증거법(California Evidence Code) 모두 PMK 증언을 당사자의 자백(admission by party-opponent)으로 취급한다. 이는 전문증거 규칙의 예외로서, 재판에서 직접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인 증언자는 변호사와 만나 예상 질문을 연습하는 "prep session"을 갖는다. 하지만 정확한 질문을 모르기 때문에, 준비는 일반적인 수준에 머문다. 주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답하라", "추측하지 말라", "질문에만 답하라" 같은 기본 원칙을 교육받는다.
PMK 준비는 차원이 다르다. 회사는 명시된 주제에 대한 모든 관련 문서를 검토하고, 관련 직원들을 인터뷰하며, 회사의 공식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PMK로 지정된 사람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회사를 대표해 증언해야 하므로, 철저한 교육과 준비가 필수다. 예를 들어 "2022년 데이터 유출 사건 대응"이 주제라면, PMK는 당시 보안팀, IT팀, 법무팀, 홍보팀의 모든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시간대별 대응 조치를 확인하며, 회사의 공식 입장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PMK Deposition과 개인 Deposition의 차이는 단순한 절차적 차이가 아니다. 이는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듣는 것과 "조직의 공식 정보와 입장"을 듣는 것의 본질적 차이가 있다. 개인 Deposition은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들었는지, 그 순간 무엇을 느꼈는지를 캐묻는 반면, PMK Deposition은 회사의 공식 대변인이 나와서 회사의 입장과 정보를 전달하고 회사를 거기에 구속시킨다.
따라서 회사가 미국에서 소송에 관여하게 된다면,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지금 내가 받은 Deposition 통지서(Notice)는 개인에 대한 것인가, 아니면 회사에 대한 PMK Deposition Notice것인가? 어떤 주제를 심문한다고 적혀 있는가? 이에 회사는 누구를 PMK로 지정해야 하고, 어떤 답을 준비할 것인가? 이처럼 개인 Deposition과 PMK Deposition은 준비 방법과 법적 효과가 완전히 다르므로 제도의 개요를 미리 숙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