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생소한 근로시간 규제
한국에서 오랜 기간 인사노무를 담당해온 담당자들은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 법인을 운영하면서 매우 낯선 개념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Meal/Rest Break Premium"이라는 제도인데, 이는 한국의 노동법 체계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페널티 시스템이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예상치 못한 거액의 소송이나 벌금을 물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근로자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일하면 연장근로수당으로 통상임금의 1.5배를, 휴일에 근무하면 2배를 지급하는 것이 전부이다. 식사시간을 30분 주지 못했다고 해서 추가적인 금전적 페널티가 발생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완전히 다른 논리가 적용된다. 근로자에게 법정 식사시간이나 휴식시간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면, 그것이 실제로 추가 근무로 이어졌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근로자의 1시간분 시급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Meal/Rest Break Premium이다.
여기서 한국의 기업문화를 그대로 적용하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문화나 "식사는 빨리 해결하고 일하자"는 분위기는 캘리포니아에서는 곧바로 법적 리스크로 연결된다. 관리자들을 교육하여 직원들이 반드시 온전한 30분의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이를 방해하는 업무 지시나 압박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고용주가 적법한 meal/rest break를 '제공'했는지 여부이다. 고용주는 (1) 근로자를 모든 업무에서 해제(relieve of all duty)하고, (2) 통제권을 포기(relinquish control)하며, (3) 방해받지 않는 휴식 기회(5시간 초과 근무 시마다 5시간이 끝나는 시점 이전에 meal break 30분, 3.5 시간 - 6시간 근무 시 그 중간에 rest break 10분 1회, 6시간 - 10시간 근무 시 4시간 마다 중간에 10분 휴식 2회, 10시간 초과 14시간까지 4시간 마다 중간에 10분 휴식 3회)를 제공하고, (4) 휴식을 방해하거나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 이 조건들을 충족했다면,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식사시간/휴식시간을 단축하거나 건너뛰더라도 고용주는 premium pay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입증책임의 분배는 매우 복잡하므로 따로 다루기로 한다).
그러나 meal break의 경우에는 타임 레코드(time record)에 meal break가 누락되거나 불완전하게 기록된 경우, 위반에 대한 반증 가능한 추정(rebuttable presumption)이 발생하며, 고용주는 (1) 근로자에게 적법한 meal break를 제공했고, (2) 근로자가 자신의 법적 권리를 고지받았으며, (3)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휴식을 취하지 않기로 선택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책임을 면할 수 있다. 6시간 이하의 단기 근무나 하루 중 2번째의 meal break는 합의에 의하여 사전에 포기할 수 있다.
이외 달리 rest break의 경우에는 타임 레코드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추정 법리가 따로 적용되지 않고, 합의에 의하여 사전에 포기할 수 없다. On call 대기시간과 같이 업무 해제, 통제권 포기, 온전한 휴식 보장 등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시급 25달러를 받는 직원이 하루 8시간 근무했는데, 회사가 30분의 식사시간을 제공하지 못했거나, 25분만 제공했거나, 또는 근무 시작 5시간 이내에 식사시간을 시작하지 못하게 했다면, 이 직원은 정규 8시간 급여 외에 25달러의 Meal Premium을 추가로 받게 된다. 만약 같은 날 10분 휴식시간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다면 Rest Premium으로 또 다른 25달러가 추가되어, 하루에 최대 2시간분의 시급을 페널티로 받을 수 있다.
이 제도가 한국 기업들에게 특히 위험한 이유는 누적 효과 때문이다. 100명의 직원이 있는 회사에서 시스템적으로 식사시간을 25분만 제공했다고 가정해보자. 하루에 2,500달러, 한 달이면 5만 달러, 1년이면 60만 달러가 넘는 Premium이 발생한다. 더욱이 이러한 위반 사실이 나중에 발견되면 과거 3-4년분을 소급하여 청구할 수 있으며, 여기에 이자와 벌금까지 더해지면 수백만 달러의 배상금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직원에게 이 규정이 적용되는가? 여기서 반드시 이해해야 할 개념이 바로 "Exempt"와 "Non-exempt" 직원의 구분이다. Non-exempt 직원들에게만 이러한 Meal Break Premium과 Overtime 규정이 적용되는데,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다. 단순히 연봉이 높다고 해서 Exempt가 되는 것이 아니다. 캘리포니아 기준으로 2025년 현재 연봉이 약 68,000달러 이상이면서 동시에 Executive(경영진), Administrative(실질적 관리직), 또는 Professional(전문직) 직무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Exempt로 분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봉 10만 달러를 받는 시니어 개발자라 하더라도, 그가 독립적인 판단과 재량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주로 상사의 지시에 따라 코딩 업무를 수행한다면 Non-exempt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연봉 7만 달러를 받는 부서장이라도 실질적으로 2명 이상의 직원을 관리하고 채용·해고에 대한 권한이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 Exempt로 분류될 수 있다. 이 판단은 매우 복잡하고 케이스별로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현지 노동법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한국계 기업들이 겪은 사례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한 한국계 IT 기업은 타임카드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30분을 공제하도록 설정했는데, 실제로는 많은 직원들이 업무 압박으로 25분 이내에 식사를 마치고 복귀했다. 이 사실이 2년 후 전직 직원의 신고로 밝혀져 420,000달러, 한화로 약 6억 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지불해야 했다. LA의 한 제조업체는 "점심시간은 알아서"라는 한국식 문화를 그대로 적용했다가 노동청 조사를 받고 1년분 Premium과 벌금을 합쳐 약 3억 5천만 원을 납부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또 다른 한국계 스타트업은 더욱 안타까운 경우였다. 직원들과의 관계가 좋았고 회사 분위기도 화기애애했지만, 타임카드 시스템 자체가 한국 본사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시스템은 식사시간을 별도로 기록하는 기능이 없었고, 단순히 출퇴근 시간만 기록했다. PAGA 집단소송이 제기되자 회사는 식사시간 제공을 입증할 수 없어 7억 원대의 합의금을 지불해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직원들은 실제로 점심시간을 충분히 가졌지만, 기록이 없어 법적으로 패소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 법인의 모든 직원을 Exempt와 Non-exempt로 명확히 분류하고, 각 분류에 대한 법적 근거를 문서화해야 한다. Non-exempt 직원들에 대해서는 정확한 타임카드 시스템을 구축하여 근무시간, 식사시간, 휴식시간을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 특히 식사시간이 30분 미만으로 기록되거나 근무 시작 5시간을 초과하여 시작된 경우, 시스템이 자동으로 Premium을 계산하여 급여에 반영하도록 설정해야 한다. Paystub에도 Premium Pay 란을 만들어서 자동으로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다음 사항들을 점검해야 한다. 첫째, 현재 사용 중인 타임카드 시스템이 캘리포니아 노동법을 준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식사시간 시작과 종료를 별도로 기록할 수 있어야 하며, 30분 미만의 식사시간이 기록되면 자동으로 경고가 뜨거나 Premium이 계산되어야 한다. 둘째, 모든 Non-exempt 직원들에게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이를 건너뛰거나 단축하지 않도록 안내해야 한다. 셋째, 관리자들에게도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여, 직원들의 식사시간을 방해하는 업무 지시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PAGA 소송의 위험성과 대응 방안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PAGA 제도다. PAGA(Private Attorneys General Act)라는 제도 하에서 직원 한 명이라도 대표가 되어 전체 직원을 대신한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회사는 수년간의 위반 사항에 대해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
PAGA 소송의 특징은 일반적인 집단소송(Class Action)과 달리 직원들의 동의나 참여 없이도 한 명의 직원이 주 정부를 대신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승소 시 벌금의 75%는 주 정부가, 25%는 직원들이 나누어 갖게 되고, 여기에 변호사 비용까지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변호사들이 적극적으로 PAGA 소송을 발굴하고 있으며, 한국계 기업들이 주요 타겟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법인을 운영하는 인사담당자들은 반드시 현지의 노동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 작은 차이가 미국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초기 투자 비용이 들더라도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나중에 수 억, 수십 억 원의 소송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현명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