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미국 자회사의 내부조사

HR 컨설팅 펌을 활용한 독립 조사의 법적 의미와 실무

by Khan KIM

들어가며


한국 본사가 미국 자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직원으로부터 내부고발(whistleblower complaint)을 접수받을 수 있다. 이때 한국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본사 인사팀이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미국 고용법, 특히 캘리포니아법 하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오히려 회사의 법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의 가장 흔한 실수는, 내부고발을 인사 이슈로 축소하여 본사 주도로 신속하게 처리하려는 것이다. 한국에서라면 합리적인 대응일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 접근이 보복(retaliation)의 증거를 만들어내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글에서는 독립적인 HR 컨설팅 펌의 활용이 단순한 best practice가 아니라 전략적, 법적으로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조사 위탁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정리한다.


왜 독립적인 제3자 조사가 필요한가


미국 연방 고용기회균등위원회(EEOC)는 내부고발이나 직장 내 민원이 접수되면, 회사가 "편향이 없는 중립적인 조사자(neutral party)"를 지정하여 신속하고 공정한 조사를 수행할 것을 명확히 요구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DOJ)의 기업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평가 지침 역시, 기업 내부 조사가 "조사자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방식으로 구조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핵심은 조사의 결론뿐 아니라 조사의 구조 자체가 공정해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정당한 결론이라 하더라도, 그 결론에 도달한 과정이 편향되어 보이면 소용이 없다.


내부고발의 대상이 본사의 경영 방침이나 본사 소속 임직원의 행위인 경우, 본사 인사팀이나 법무팀이 조사를 주도하면 본질적으로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이 발생한다. 신고자 측에서는 "가해자가 자기 사건을 조사한다"라고 주장할 수 있고, 이러한 주장은 향후 소송에서 조사의 신뢰성 전체를 훼손하는 공격 수단이 된다. 미국 변호사협회(ABA)의 내부조사 가이드라인은 이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경영진, HR, 법무 등 혐의 관련 조직의 보고라인에 속한 사람은 조사를 수행하거나 감독해서는 안 된다." 한국 기업의 미국 자회사에서는 인사권이 사실상 본사에 귀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문제가 더욱 첨예하게 부각된다.


여기서 독립적인 제3자 HR 펌의 조사 보고서는 회사가 "선의(good faith)로 문제를 파악하고 자발적으로 시정했다"는 증거가 된다. 이는 향후 소송에서 두 가지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 청구에 대한 방어 자료가 된다. 회사가 독립 조사를 통해 자발적으로 문제를 시정했다면, 법원은 회사의 행위가 "악의적(malicious)"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 합의 협상에서 회사의 입지를 강화한다. "우리는 외부 전문가에게 독립적으로 조사를 맡겼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했다"는 것은 합리적인 사용자로서의 대응을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HR 펌의 역할 범위: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서 끊는가


이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HR 펌에 조사를 의뢰할 때,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맡기지 않는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그 이유는 디스커버리(discovery) 때문이다. 미국 소송에서 HR 펌의 조사 보고서는 상대방에게 공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그 보고서에 무엇이 담기고 무엇이 담기지 않는지 사전에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HR 펌에 맡겨야 하는 것


HR 펌의 역할은 한마디로 "신고된 내용이 사실인가, 아닌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업무로 나뉜다. 첫째는 사실관계의 조사 및 확정이다. 관련자 인터뷰, 문서 검토, 타임라인 정리 등을 통해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객관적으로 규명한다. 이때 서면 질의(RFI)만으로 조사를 마무리하면 절차적 공정성을 문제삼을 수 있으므로, 대면 또는 화상 인터뷰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조사자를 선정하거나 전문 통역을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는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신고된 위법행위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관련 당사자들의 진술이 일치하는지, 제출된 증거가 신고 내용을 뒷받침하는지를 종합하여 사실적 판단을 내린다.


여기서 선을 명확히 그어야 한다. HR 펌의 역할은 여기까지이다. 확인된 사실관계가 법적으로 보복(retaliation)에 해당하는지, 그에 따라 복직이나 보직 변경 등 어떤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는 HR 펌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다.


외부 변호사(로펌)가 담당해야 하는 것


HR 펌이 "사실이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했다면, 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법적으로 어떤 의미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외부 변호사의 영역이다.


보복(retaliation) 해당 여부의 법적 판단, "신고가 없었더라도 동일한 인사조치를 내렸을 것"이라는 동일결정 항변(same-decision defense)의 구성, 복직·보직 변경 등 시정 조치의 설계, 소송 리스크 평가, 예상 손해배상액 산정, 합의 전략 — 이 모든 것이 외부 변호사가 attorney-client privilege 하에 수행하는 업무이다.


이렇게 나누는 이유는 디스커버리(discovery) 때문이다. HR 펌의 조사 보고서는 소송에서 상대방에게 공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이 보고서에 "본 건 인사조치는 보복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법적 판단이나 "동일결정 항변을 위해 이러한 사유를 수집해야 한다"는 전략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는 고스란히 상대방의 손에 들어간다. 반면, 외부 변호사가 privilege 하에 별도로 작성한 법적 분석은 디스커버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결국 HR 펌 활용의 핵심은 사실 수집과 법 적용의 분리다. HR 펌의 보고서는 "회사가 독립적인 전문가를 통해 성실하게 사실관계를 조사했다"는 good faith의 증거로 기능하고, 외부 변호사는 그 사실관계를 넘겨받아 privilege의 보호 하에 법적 방어를 구축할 수 있다.


조사 설계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조사의 독립성


HR 펌은 회사의 지시를 받아 결론을 내는 기관이 아니다. 로펌이 HR 펌에 제공하는 것은 조사의 범위(scope)이지, 결론의 방향(direction)이 아니다. 이 구분이 모호해지면 상대방은 "이 조사는 회사가 원하는 결론을 내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공격할 수 있다. 로펌은 HR 펌의 보고서 초안을 검토할 때에도, 조사 범위가 충족되었는지만 확인할 뿐 결론에는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시기적 근접성(temporal proximity) 문제


캘리포니아 판례법상, 내부고발 직후에 이루어진 인사조치는 그 시기적 근접성만으로도 보복의 인과관계가 추정될 수 있다.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은 "보호활동 직후 불이익 조치가 내려진 경우, 그 시간적 근접성만으로도 인과적 연관성에 관한 추론을 허용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Loggins v. Kaiser Permanente International (2007) 151 Cal.App.4th 1102). 따라서 신고 접수 후 인사조치를 단행하기 전에 반드시 독립 조사를 먼저 실시하고, 그 결과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조사 없이 이루어진 인사조치는 그 자체로 보복의 추정을 강화하는 증거가 된다.


디스커버리 대비 문서 관리


HR 펌의 조사 보고서는 소송 시 상대방에게 공개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작성되어야 한다. 보고서에는 소송 전략, 로펌의 법률 자문 내용, privilege가 보호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로펌과 HR 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중 법률 자문에 해당하는 부분은 privilege로 보호될 수 있으므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명확히 구분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무 흐름: 내부고발 접수부터 조사 완료까지


한국 본사 경영진이 미국 자회사에서 내부고발을 접수받았을 때의 권장 대응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단계는 즉시 보류다. 신고자에 대한 일체의 인사조치를 즉시 보류해야 한다. 신고 직후의 인사조치는 시기적 근접성으로 인해 보복으로 추정될 위험이 매우 높다. 빨리 처리하고 싶다는 본사의 의사결정 속도가 바로 이 지점에서 법적 리스크로 작용한다.


두 번째 단계는 미국 고용법 전문 로펌을 선임해야 한다. 로펌은 초기 리스크 평가를 실시하고, 조사의 전체적인 구조를 설계한다. 이 단계에서 HR 펌에 위탁할 조사 범위(scope of work)가 확정된다.


세 번째 단계는 독립 HR 펌을 선정하여 조사 위탁을 해야 한다. 로펌의 감독 하에 독립적인 HR 컨설팅 펌을 선정하고, 사전에 설계된 조사 범위에 따라 조사를 위탁한다. 이때 HR 펌의 선정 자체가 독립성을 입증하는 요소이므로, 회사와는 기존 거래 관계가 없는 펌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 번째 단계는 조사 실시다. HR 펌이 문서 검토, 관련자 인터뷰, 사실관계 확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로펌은 조사 범위의 충족 여부만 확인하고, 결론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통상 4~6주가 소요된다.


다섯 번째 단계는 조사 결과에 기반한 의사결정이다. HR 펌의 조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로펌과 협의하여 후속 인사조치 또는 시정 조치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로펌은 HR 펌이 수집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법적 방어를 별도로 구축한다.


한국 기업이 흔히 놓치는 것들


한국 기업 문화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한 인사조치로 정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국 본사 경영진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일단 빨리 정리하고 싶다"이다. 그러나 미국법 하에서는 조사 없이 단행된 인사조치가 보복의 증거가 될 수 있고, 한번 현출된 보복의 증거(retaliatory intent)는 이후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미국법상 위법한 해고의 구제는 금전 배상이 원칙이다. "빨리 처리"한 대가가 수년간의 소송비용과 연봉 수 년치에 해당하는 합의금으로 돌아올 수 있다.


또한 미국 소송의 디스커버리 과정에서는 이메일, 메신저 대화, 구두 발언의 전달 내용까지 모두 증거로 제출될 수 있다. 말 한마디가 소송의 향방을 결정적으로 바꿀 수 있고, 미국 소송의 디스커버리 과정에서는 그런 자료들이 현출될 수 있고 현출되게 되어 있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내부고발자 보호규정을 두고 있다면, 그 규정에 따른 절차를 준수했는지도 쟁점이 된다. 규정을 만들어 놓고 따르지 않은 것은 규정이 없는 것보다 오히려 불리하다. 내부고발자 보호규정을 두고 있는 회사라면,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해당 규정의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거나, 규정 자체를 현행 법령과 실무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


맺으며


미국 자회사에서 내부고발이 발생하면, 이는 단순한 인사 이슈가 아니다. 본사의 의사결정 과정 전체가 미국 법정에서 검증받게 될 수도 있는 법적 리스크다. 한국 본사에서 이루어진 대화, 이메일, 의사결정의 경위가 디스커버리를 통해 모두 드러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조사도 없이 인사조치를 단행했다는 사실이 현출되면 소송 비용, 합의금, 그리고 미국 법정에서의 기업 이미지 훼손까지 조사 비용의 수십 배에 달할 수 있다. 미국에 자회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이 미국 자회사의 HR 이슈에 신중하고 조심히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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