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사회에서 행복하기 위한 디스토피아적 상상
요즘을 '소비사회'라 한다. 우리들은 점점 물건을 넘어 동산과 부동산이 아닌 '서비스'를 사는 것, 더 정확히는 '경험'에 돈을 지불한다. 그리고 그 경험은 시간을 요한다. 우리의 시간은 결국 돈을 버는 시간과 그 돈으로 산 경험을 소비하는 시간 둘 중 하나로 수렴하고 있다고. 이렇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자본주의적 시간(생산과 소비)으로 가득가득 채워나가고 있다.
나도 소비사회의 충실한 구성원이 되어가고 있다. 백화점에서 비싼 소파(리클라이너)에 앉아본 적 있는가. 'Stressless'라는 리클라이너에 주저말고 앉아보길 추천한다. 스트레스가 다 날아갈 정도로 편하게 소파에 몸을 맡기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누워 가격표를 보면 'Stressless'만큼 웃긴 역설도 없다. 앉으면 스트레스가 날아간다는 이름인데, 정작 우리는 리클라이너 하나에 300만 원에 이르는 가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의 내용은 여러가지다. (1) 리클라이너 하나가 이렇게 비싼데 왜 내 월급은 이렇게 쥐꼬리만한가. (2) 다른 사람들은 뭘 먹고 자랐길래/얼마나 열심히 살았길래/얼마나 큰 행운을 누리길래 이렇게 비싼 소파를 사는가. (3) 다른 소파를 사려 해도 이게 너무 넘사벽이어서 다른 소파에 앉아도 감흥이 없다.
소비하기에 무리한 상품을 경험했을 때 우리는 첫째로, 자신을 자책한다. 둘째로, 자신과 달리 이 소파를 척척 구매할 타인과 나를 비교한다. 셋째로, 자신의 다른 경험에 무뎌진다. 사람을, 행복에 무뎌지고 자신을 자책하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존재로 만드는 것. 그것이 소비사회의 제1계명이다.
대한민국에 연봉 4,000만 원 이하로 살아가는 사람이 대다수 아닌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앞으로도 영원히 내 생에 구매하기 힘든, 한 달치 월급 300만 원 짜리 Stressless 리클라이너를 보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stress받지 않을까. 그 리클라이너에 앉아보는 사람들이 귀하게 보이며 저 중 누군가는 이 리클라이너를 사지 않을까 박탈감을 살짝 느껴보고, 집에 돌아와서는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불편함을 느끼며 소파에 앉아 그제야 밀려오는 박탈감과 불편함에 쓴맛과 불쾌감을 되씹지 않을까. 우리나라 인구의 적어도 절반 이상은 stressless 리클라이너에 앉아보면 이런 stress를 필연 받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인간성을 살려야 한다는둥 소비사회의 결말을 훈훈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소비사회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은 우리의 현재를 일회적 소비로 채우고, 우리의 미래 소득을 현재의 신용으로 끌고 와 현재의 소비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의 소비를 위한 미래 소득을 튼튼히 사수토록 현재 직장과 사업체에서 열심을 다해 일을 해야 한다. 우리의 일은 다시 다른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여 우리의 현재를 일회적 소비로 채우는 데 동원된다. 그렇게 사람들은 위태위태한 THE CIRCLE OF HAPPINESS 속에서 살아간다. 끝.
* 아울러 볼 만한 영상 : Jan Švankmajer: Dimensions of Dialogue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