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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Oct 11. 2019

U2의 두 번째 절정

U2의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U2의 열 번째 정규 앨범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는 뉴 밀레니엄의 흥분이 휘발된 2000년 10월 30일에 발매됐다. 전작인 이후로 3년 만의 신보였다. 사실 그 3년은 U2에게 최악의 시절이었다. 1993년에 발표한 여덟 번째 앨범 <Zooropa>에서 뚜렷하게 감지된 일렉트로니카와 앰비언트 사운드가 적극적으로 수용된 아홉 번째 앨범 <Pop>은 35개국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역대 앨범 가운데 가장 낮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대중과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다. 실험이라기보단 일탈처럼 여겨졌다. 전환점이 필요했다.


U2는 <Pop> 앨범을 제작할 당시 결별했던 브라이언 이노와 다시 손을 잡았다. 브라이언 이노는 U2의 최고 명반으로 꼽히는 <The Unforgettable Fire>와 <The Joshua Tree>등의 음반을 제작하며 U2의 황금기를 이끈 프로듀서다. 다시 한번 밴드의 황금기를 회복하겠다는 의식과도 같았다. 보노는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를 ‘11곡의 싱글을 발표하는 마음으로 만든 앨범’이라고 말했다. 보노의 말처럼 U2가 발표한 열 번째 앨범은 11곡의 킬링 넘버가 별처럼 반짝이는 우주 같은 앨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양한 장르를 이종교배하듯 실험적인 사운드를 추구해온 최근작의 분위기에서 탈피해 명쾌하고 직선적인 사운드로 회귀한 이 앨범은 지극히 U2다운 성취인 동시에 오직 U2만이 해낼 수 있는 결실이었고, U2에게 찾아온 두 번째 절정이었다.

1번 트랙이자 타이틀 넘버인 ‘Beautiful Day’의 경쾌한 로큰롤 사운드로 이륙해 보노의 절제된 보컬과 차분하면서도 몽환적인 연주로 착륙하는 11번 트랙 ‘Grace’까지, ‘두고 갈 수 없는 모든 것(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이라는 타이틀처럼 단 한 곡도 거를 구석이 없다. 또렷하게 응시하듯 직설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가사는 현실 세계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특히 미얀마의 군부 독재에 맞서며 가택 연금을 당한 아웅산 수지에게 바친 ‘Walk On’은 오늘날에 이르러 로힝야 학살을 방관한 아웅산 수지 때문에 빛이 바랜 감이 없지 않지만 일찍이 9·11 테러 이후 열린 추모 공연에서 동료를 잃은 경찰관과 소방수들과 함께한 무대에서 불리며 평화의 송가가 됐다. 이 앨범의 백미는 작고한 아버지를 그리며 가사를 썼다는 프런트맨 보노의 절절한 진심이 담긴 발라드곡 ‘Kite’다. 단선적인 곡 전개로 담담하게 감정을 끌어올리는 보노의 허스키한 보이스는 절규하듯 내지르는 후렴부에 다다라 마음을 움켜쥔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마운트 템플 고등학교에서 만난 네 명의 소년이 1978년에 결성한 밴드는 42년의 세월을 함께 보냈다. 불혹을 맞이한 21세기의 문턱에서 발표한 열 번째 앨범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고, 환갑을 앞둔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7년 열네 번째 정규 앨범 <Songs of Experience>를 발표하며 여전히 현재진행형 밴드로서의 위력을 발휘한다. U2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노래한다. 무대 위에서, 세계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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