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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Nov 14. 2019

수능시험을 마친 당신에게

결코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오늘이 수능시험일이라 하던데 수능이라는 2음절 단어가 은하계 저편의 행성만큼이나 막연해진 입장이 됐으나 그날의 부담감이나 비장함은 여전히 실감하게 된다는 점에서 오늘 수험생으로서 하루를 보낼 이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기도.


모두 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하지만 이런 류의 시험이란 게 결국 상대평가를 통해 우수한 사람과 비우수한 사람을 가리는 결말로 종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실패와 낙오의 쓴 맛을 체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어떠한 재난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열패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것 역시 하나의 과정이므로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그러니 그 결과로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하나의 챕터를 넘어가는 것이지, 엔드크레딧을 올리는 것은 아니므로. 부질없이 긴 인생을 지나가는 하나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것이니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해도 지나친 낙담이나 자책으로 빠져들지 않길.  


가능하면 좋은 결과를 얻어서 꿈꾸던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모두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실패했다는 느낌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시간이 올 것이다. 다만 지금의 실패가 인생의 패배일리는 없으므로 그 이후에도 지속될 삶을 스스로 응원하고 바랄 수 있길. 다 괜찮을 거라는 무책임한 낙관을 보태고 싶진 않으나 언젠가 인생을 돌아봤을 때 그저 한 순간으로 기억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그때쯤이면 생각보다 이날의 기억이 사소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때가 있어 중요한 일이지만 결국 삶이란 어떤 과정의 연속이므로, 이후의 삶에 대한 비관으로 나아가지 않기를. 오늘을 돌이킬 수는 없겠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법이니, 삶도 어제의 실패에만 머무를 수 없는 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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