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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Jan 18. 2023

<교섭> 단평

<교섭>은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이라는, 여행제한국으로 규정된 아프가니스탄에 굳이 들어가 선교 활동을 하다 탈레반에게 납치돼 국제적인 분쟁까지 야기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둔 영화다. 그야말로 야만적인 맹신에서 비롯된 전도활동의 민폐로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인주의 원칙 안에서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의 실력을 시험하는 뜻밖의 사건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교섭>은 문제적인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이지만 실화에서 ‘문제’라고 여길만한 부분에 대한 관점 자체가 온전히 거세된 인상이다. 그리고 문제 해결 방식에만 집중함으로써 기이한 영웅주의로 탈문제화되고, 사건 자체의 본질을 묻기보단 사건 해결의 양상을 만들어내는 캐릭터 영화로 탈색시켜버리는 영화인데 역설적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 영화를 맹탕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 같다. 오락영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가장 오락적인 문제제기를 포기하는 인상이랄까. 문제적인 사건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사건이 발생한 경위이지, 사건이 벌어진 이후 사태가 아니다. 


황정민과 현빈을 투톱 캐릭터로 위시한 영화이지만 소재나 연출 면에서 지나치게 무난하게 흘러가는 영화라 캐릭터 역시 특별한 면모가 느껴지지 않는다. 두 배우의 지난 경력을 연상시키는 관성적인 캐릭터가 ‘복붙’한 인상이랄까. 그나마 상대적으로 새로운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강기영이 종종 MSG 같은 웃음기를 유발하지만 딱 그 정도. 임순례 감독의 경력 안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투여된 대작일 텐데 되레 작가적인 특색이 모두 휘발된 소품처럼 보인다는 아이러니가 느껴진다는 건 여러모로 아쉽다. 안정적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평범하고, 무난하다고 말하기엔 너무 무색무취의 영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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