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떨어질 말들' 출간 기념 네 번째 북토크를 합니다.
오는 10월 27일 일요일 서촌 한옥 게스트하우스 ‘사이드 @hanokside '와 하이볼바 '바지로 @bar.jiro '에서 <가을이 오면 떨어질 말들> 북토크 행사 '류이치 사카모토가 남긴 괴물'을 진행합니다.
"지난해에 류이치 사카모토의 죽음을 전해 듣고 마음이 출렁이는 기분을 느꼈다. 젊은 시절에는 좋아하는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철썩거리는 것 같았는데 마흔줄에 들어서인지 큰 파도를 맞았다는 느낌보다는 밀려들고 밀려나간 해변의 흔적 같은 것을 찬찬히 보는 느낌이다. 서서히 죽음에 익숙해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점차 낯설지 않다는 건 묵묵하게 서글픈 일이다. 꺼져가는 시간에 대해 말하게 되는 이들과 말해야 하는 날들을 떠올릴 생각도 하지 않던 젊은 시절은 더 이상 돌아보지 않는 얼굴처럼 정직하게 저물고 있다.”
-<가을이 오면 떨어질 말들> '가장 멋진 낙조를 떠올릴 것이다' 중
<가을이 오면 떨어질 말들>에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죽음에 관한 짧은 언급이 있습니다. 그리고 '네 개의 사계'에서 소개한 네 '사계' 중 하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것이기도 합니다. 그의 사계는 가을에서 끝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계절의 주기를 겨울에서 시작해 가을에서 끝나는 것이라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하죠.
지난 2023년 3월 류이치 사카모토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3개월 뒤인 6월경에 발간된 그의 마지막 산문집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에서는 그의 마지막 말을 이렇게 맺습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이 말은 고대 그리스 의학자인 히포크라테스가 기원전 400년에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원전에 떨어진 말이 현대 음악가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위대한 예술가의 죽음이란 결국 멋진 예술에 영생을 불어넣는 마지막 숨일지도 모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남긴 마지막 음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에 담겨 있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처음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음악 작업 제안을 고사했습니다.
암투병으로 음악 작업을 할 기력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편집본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는지 오리지널 스코어 두 곡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 곡이 바로 ‘Monster 1’과 ‘Monster 2’입니다.
터널 너머 폐열차를 발견한 뒤 육교로 내달리는 두 소년을 보여주는 장면과 태풍 속에서 사라진 두 소년을 찾기 위해 엄마와 선생님이 터널로 향하는 장면에 각각 쓰였죠.
한편 류이치 사카모토는 그 이상 작곡을 할 힘이 없어 자신의 앨범에서 음악을 가져다 쓰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그 즈음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유작 앨범 <12>가 발매될 예정이었죠.
이 앨범은 세계적인 한국인 미술가 이우환의 작품이 쓰인 커버로도 유명합니다.
이우환 작가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앨범 커버에 넣기 위해 새롭게 작업한 그림이었죠.
류이치 사카모토는 일찍이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도 친분이 상당했습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예술적 소양이 대단한 대가들과 교류하는 자유로운 예술가였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에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감정을 고양시키는 미장센의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히 엔딩 시퀀스에 등장하는 ‘Aqua’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완벽하게 승화시키는, 최후의 정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과 함께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죠. 류이치 사카모토의 빈 자리가 여전히 애석하지만 그가 품었던 말처럼 인생은 짧고, 예술은 깁니다. <가을이 오면 떨어질 말들>을 두고, 이번 가을에 ‘류이치 사카모토가 남긴 <괴물>’을 떨어뜨리고 싶은 건 그렇기 때문입니다.
운치 있는 서촌의 한옥 게스트하우스 사이드 마당에서 노랗게 물든 은행 아래에서 <괴물>과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한 해설을 하고, 서촌의 유일무이한 하이볼바 바지로에서 선토리 위스키 2종으로 만든 하이볼 두 잔을 마시고 주먹밥을 먹으며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들을 예정입니다.
참석 신청은 아래 링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