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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Apr 04. 2018

<원더>선의의 우주

인간의 선함을 믿고 싶게 만드는 영화, <원더>.

어기(제이컵 트렘블레이)는 열 살 소년이다. 우주를 동경하는 어기는 집 안에서도 나사(NASA) 로고가 선명한 우주 비행사 헬멧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꼭 우주를 동경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소년은 관계를 맺는 게 힘들다. 특히 어른보다도 애들이 더 힘들다. 아이들은 자기 감정을 잘 속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기가 평범한 열 살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기는 선천적 안면 기형으로 태어났다. 열 살이 되기 전에 성형수술만 27번이나 받았다. 덕분에 어딜 가나 남들의 주목을 받는 존재로 살아왔다. 그래서 학교도 가지 않고 어머니의 홈스쿨링으로 공부했다. 친구를 사귀는 대신 가족과 더욱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이제 중학교에 가야 한다. 학교에서는 헬멧을 쓰고 다닐 수도 없다. 온전히 제 얼굴을 드러낸 채 모든 이들의 눈길을 받아야만 한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영화화한 <원더>는 현실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다. 원작자 R.J. 팔라시오는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우연히 선천적 안면 기형인 아이를 만난 경험을 모티브로 이 작품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아이의 성장 드라마로 완성하지 않았다. <원더>는 어기라는 소년을 중심으로 그 주변의 삶을 함께 돌아보는 영화다. 남들의 시선을 끄는 얼굴로 인해 때론 악랄한 괴롭힘까지 당하는 상황을 감내해야 하는 어기의 삶은 피로하고 괴롭다. 그런 어기를 위로하고 감싸는 가족들의 헌신 속에서 어기의 누나 비아(이자벨라 비도빅)는 또 다른 소외감을 느낀다. 동생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 착한 누나였지만 그녀에게도 나름의 고충과 외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동생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힘든 부모님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스스로 모든 일을 해냈고, 그래서 점점 더 외로웠다.



<원더>는 기본적으로 남다른 불행을 감당해야 하는 어린 소년의 성장 드라마이면서 소년을 아끼고 응원하고 가족들의 온기가 담긴 가족 드라마다. 하지만 영화는 어기라는 소년 개인의 세계관으로 수렴하지 않고 소년의 주변부로 시야를 확대하며 관계의 온도 차를 수집해나간다. 관계의 표면으로 드러난 오해와 이면 속에 숨어 있는 진실 사이 어딘가에 놓인 진심을 파악해나간다. 그럼으로써 어긋난 관계를 살피고, 다시 한번 관계의 균형을 맞출 기회를 탐색하는 방법을 귀띔한다. 스스로 망친 관계를 되돌리고 싶다면 필요한 건 단 하나, 아주 작지만 강력한 용기라는 것. 무엇보다도 빠를수록 좋다는 것.


만약 <원더>를 보는 내내 울컥하는 기분을 느낀다면 그건 이 영화가 당신을 너무 슬프게 만들어서가 아니라 이 영화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마음이 뭉클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이 영화의 성장이, 우정이, 가족애가, 위로가, 연대가, 사랑이 하나같이 선의의 우주를 믿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결코 짐작할 수 없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아이들이 종종 필요로 하는 어른들의 지혜가 이야기 곳곳에서 객석을 향해 별처럼 반짝인다. <룸>을 통해 주목받은 아역 배우 제이컵 트렘블레이의 야무진 열연과 줄리아 로버츠와 오언 윌슨의 온화한 호연은 <원더>라는 우주를 바라보게 만드는 진짜 별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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