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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Jul 27. 2018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라스트 액션 히어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근성과 저력을 보여주는 속편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가 연출한 <미션 임파서블>이 공개된 건 1996년이었다. IMF라는 가상의 첩보 기관의 활약상을 그린 TV 시리즈 <제5전선>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작품은 임무 수행에 실패하며 동료까지 잃고, 내부 첩자로 간주돼 조직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IMF 특수 요원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조직 내부의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렸다. 무게를 인지하는 센서에 걸리지 않도록 공중에 매달린 채 기밀을 탈취하려는 에단 헌트가 땀방울을 손으로 잡아내는 명장면이 회자되기도 하는 이 작품이 공개된 것도 벌써 20여 년 전 일이다. 그때만 해도 이 작품이 2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는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 예감한 이는 없었을 거다. 물론 4년 뒤에 공개된 오우삼의 속편을 보고 세 번째 속편을 기대한 관객도 드물었겠지만.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여섯 번째 <미션 임파서블>이다. 작품이 공개될 때마다 톰 크루즈가 어떤 스턴트 액션을 소화했는지 관심을 모으는 시리즈가 된 것 같기도 한데, 이번에는 직접 헬기를 조종하며 추격 비행 신을 찍고, 고도 7000m 높이의 상공에서 지상으로 다이빙하는 헤일로 점프를 직접 소화했으며, 절벽에 매달리고, 빌딩과 빌딩 사이를 점프하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액션 신을 자신의 몸으로 직접 소화했다. 빌딩과 빌딩 사이를 점프하다 발목이 부러졌을 때도 그는 당일 촬영 스케줄을 생각했다고 한다. 대단한 근성이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의 액션 시퀀스들은 바로 그런 육체적 한계를 매번 갱신해내는 톰 크루즈의 근성과 저력을 자랑한다.


블루 스크린과 CG만 있다면 무엇이든 사실감 있게 구현할 수 있고 스펙터클한 쾌감을 안길 수 있는 시대에 배우의 육체에 기대어 위험한 액션 신을 연출해낸다는 건 시대착오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얼마든지 축구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 4년마다 월드컵이 열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인간의 육체로 해낼 수 있는, 혹은 해낼 수 있다고 믿어지는 극한의 체험을 온몸으로 구현해내는 액션 시퀀스를 보고 있으면 액션 영화라는 장르가 지닌 쾌감이 꽤나 실물적인 감각임을 깨닫게 된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바로 그런 쾌감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헬기 시퀀스와 헤일로 점프 시퀀스에서 보여주는 카메라 앵글을 보면 그 장면을 촬영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적인 촬영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위험한 도전이었으리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톰 크루즈의 압도적인 액션 시퀀스를 보는 재미도 상당하지만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탁월한 심리전으로 서스펜스를 일으키는 첩보물이자 깨알 같은 위트를 지닌 캐릭터들의 입담이 탁월한 작품이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준수하고, 저마다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며 극적인 활력을 돋우는 캐릭터들의 공헌도가 뛰어나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유연한 미덕을 갖추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지금까지 공개된 모든 시리즈 중에서 최상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5편의 시리즈로 얻어낸 액션 연출의 노하우가 최대치로 발휘되는 가운데 전작을 잇는 속편으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한 스토리 작법과 역할의 쓰임새를 적절히 배분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살려주는 캐릭터 설계와 운용 면에서도 대단히 뛰어나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매우 낭만적인 영화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에단 헌트는 수백만 명의 목숨이 걸린 플루토늄과 동료의 목숨 사이에서 갈등하다 끝내 동료를 구하는 쪽을 선택하고 테러 집단에 플루토늄을 탈취당한다. 물론 에단 헌트는 제목과 달리 언제나 실패하지 않는다. 그런 에단 헌트가 실패하지 않을 것임을 믿고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팀원들의 모습을 비추는 최후반부는 에단 헌트라는 인물의 변치 않는 선의와 포기하지 않는 투혼과 맞물려 근사한 감동을 전한다. 사명감을 갖고 자신의 직무를 다해내는 이들의 헌신을 지켜보는 안도감. 에단 헌트와 톰 크루즈가 주는 신뢰감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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