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설계도와 결과물
우리는 앞선 글에서 유전정보가 DNA, 혹은 RNA라는 그릇에 담겨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번 챕터에서는 그 그릇에 관한 정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유전정보의 그릇, 핵산
우선 이 이름들에 대해 알아보자. DNA는 deoxyribonucleic acid의 줄임말이고, RNA는 ribonucleic acid의 줄임말이다. 영어 단어에 대해 겁먹지 말라. 앞으로는 이 줄임말만 사용할 테니까. 보통 유전정보는 DNA에 저장되어 있고, RNA는 유전정보의 저장보다는 다른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이 비슷해 보이는 분자 둘은 대체 뭐가 다르길래 이렇게 기능이 다른 것일까?
그것은 단위체(monomer)의 분자 구조 차이에 있다. 핵산(nucleic acid, DNA와 RNA를 총칭해서 부르는 말이다.)의 기본 단위는 뉴클레오타이드(nucleotide)라고 부른다. 아래 그림과 같이 가운데 오각형의 탄소고리가 있고, 양팔에 염기(base)와 인산기(phosphate group)를 달고 있는 구조이다.
여기서 잠깐. 염기는 무엇이고 인산기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지금 필요한 건 복잡한 화학 구조가 아니다. 당분간은 그저 탄소 고리에 붙어있는 '부품' 정도로만 생각해도 충분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가운데 있는 오각형의 탄소 고리이다. DNA와 RNA의 탄소 고리는 얼핏 보면 비슷하게 생겼지만(그리고 실제로도 거의 똑같지만)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오각형의 오른쪽 아래 탄소에 붙어있는 원자의 종류이다.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RNA의 탄소 고리(ribonucleotide)에는 아래쪽 탄소에 모두 OH가 붙어있다. (OH는 각각 산소와 수소를 말한다.) 반면 DNA의 탄소 고리(deoxyribonucleotide)에는 오른쪽 아래 탄소에 O가 사라져 있다! 이 사소하고 아주 작아 보이는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뉴클레오타이드의 연결
앞서 말했듯 뉴클레오타이드는 핵산의 단위체이다. 즉 뉴클레오타이드가 여러 개 연결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핵산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연결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그 역할을 바로 인산기가 수행한다.
탄소고리의 왼쪽 위에 붙어 있는 인산기는 다른 뉴클레오타이드의 탄소 고리와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인산기는 각각의 뉴클레오타이드를 마치 접착제처럼 이어 붙여, 긴 사슬 구조를 만들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이 긴 사슬에 비로소 유전정보가 담기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DNA와 RNA의 차이가 드러난다. 뉴클레오타이드가 연결되어도 왼쪽 아래의 OH(혹은 H)는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이때 OH는 주변의 다른 분자와 쉽게 반응하려는 성질을 가진다. 그 결과, RNA 분자 전체가 상대적으로 불안정해진다.
이것이 왜 모든 생명체가 DNA를 유전정보 저장의 그릇으로 선택했는가에 대한 답변이다. DNA가 더 안정하니까!
자, 여기까지 온 당신. 숨을 한번 고르도록 하자. 우리는 핵산, 유전정보의 그릇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함께 이야기해 보았다.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작은 단위체들이 쭉 연결되어 긴 사슬을 이루고, 그 사슬에 유전정보가 담긴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사슬이 형태가 조금 다른 두 종류가 있다는 것도.
사실 DNA와 RNA에는 한 가지 차이점이 더 있다... 하지만 이미 머리가 꽉 찼을 테니,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 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