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설계도의 복제
우리는 지난 글에서 유전정보가 어떻게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지, 생명의 중심원리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 단계들을 하나하나 뜯어볼 차례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분자생물학이 시작된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하, 겁먹지 말자.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 글이 있는 것이니까.
이번 파트에서 살펴볼 내용은 DNA의 복제에 관한 것이다. 생물은 자손에게 유전정보를 전달해줘야 하기 때문에 DNA 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 설계도의 복제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것은 안전하게 지키면서, 완전히 똑같은 설계도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DNA 복제의 원리
우선 DNA의 구조부터 다시 떠올려보자. 인산기와 당이 외부 골격을 이루고 있고, 내부에 염기쌍이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형태였다. 그리고 이 염기쌍들은 상보성을 가지고 있었다. 즉, 한쪽에 염기서열이 정해지면 다른 쪽의 염기서열은 자동적으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DNA는 벌어지면 각각이 복제의 '주형'(template)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로 설명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니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한쪽 서열이 AAATG인 DNA 한 가닥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반대쪽 가닥은 당연히 TTTAC가 될 것이다. (기억나는가? A는 T와, G는 C와 짝을 이룬다.) 이렇게 염기쌍을 이루고 있던 DNA가 복제를 위해 벌려진다면, AAATG인 서열에는 TTTAC라는 서열이 붙어 하나의 DNA 이중나선을 이룰 것이다. 반대로 TTTAC라는 서열에는 AAATG라는 서열이 붙어 DNA 이중나선이 생길 것이다. 이처럼, DNA는 한 가닥이 주형이 되어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스스로 복제하는 설계도라니!
물론 DNA 혼자서 뚝딱 복제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여기에는 많은 기계들의 작동이 들어간다. 앞으로 설명하면서 이름을 수없이 보게 되겠지만, 오늘은 잠깐 인사차 보고 가도록 하자.
DNA의 복제는 크게 '열고' '복제하고' '끝내는' 단계로 이루어진다. DNA를 '여는'데 관여하는 기계는 '헬리케이스'(helicase), '단일 가닥 결합 단백질'(SSB) 등이 있다. '복제'에 관련된 기계는 'DNA 중합효소'(DNA polymerase), '프라이메이스'(primase) 등이 있고, '끝내는' 단계에는 'DNA 위상이성질화효소'(topoisomerase), '텔로머레이스'(telomerase) 등의 기계가 있다.
이름만 들어도 벌써 머리가 아픈 사람이 있을 것이다. 괜찮다, 지금 당장 이것들을 다 외우라는 소리가 아니니까. 일단은 인사만 하자. 오늘은 DNA 복제에 이렇게 많은 기계들이 사용된다는 것만 알아도 충분하다.
그럼 다음 글부터, DNA 복제라는 과정을 하나씩 따라가 보자. 하하, 말했듯이 겁먹진 말라. 우리는 이미 많은 생물학 개념을 배워왔고, 당신이라면 이번 내용도 금방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DNA의 복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