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 설계도의 이용
우리는 지난 글에서 전사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핵에 있는 설계도 전체를 끄집어내는 대신 일부분의 임시 설계도를 만들어 핵 밖으로 전달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의 의문에 직면했다. 세포는 도대체 어떻게 필요한 유전자를 필요한 때에 만들어내는가?
사실 이 과정은 진핵생물과 원핵생물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각각 매우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따로따로 한 파트를 할애해도 모자람이 없는 내용이다. 아아, 벌써 창을 닫을 준비를 하진 말라. 우리는 가장 기초적인 원핵생물에 초점을 맞춰서 간단하게만 알아볼 것이다.
원핵생물의 전사 조절
여기 대장균이라는 귀여운 원핵생물이 꼬물거리고 있다. 이 대장균은 주변의 먹이 환경에 따라 발현하는 유전자가 달라진다. 포도당이 많으면 포도당을 소화하는 유전자를 많이 발현하고, 젖당이 많으면 젖당을 소화하는 유전자를 많이 발현하는 식이다. 우리 그럼 이 대장균에게 먹이를 다르게 주면서 어떻게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대장균에게 엿당(maltose)을 줘보자. 대장균이 엿당에 반응했다! 이제 대장균은 엿당과 관련된 유전자를 발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엿당을 흡수한다. 몸으로 흡수된 엿당은 '활성인자'(activator)에 결합한다. 그리고 이 활성인자는 DNA 근처로 이동해 이동해 엿당과 관련된 유전자의 프로모터 근처에 붙는다. 이렇게 활성인자가 붙은 상태가 바로 전사를 시작하라는 신호다! 대장균은 이 신호를 받아 엿당과 관련된 유전자를 발현한다.
이번에는 반대로 젖당(lactose)을 줘보자. 젖당을 인식한 대장균은 이번에도 젖당을 흡수한다. 체내로 들어온 젖당은 DNA에 있는 어떤 단백질에 결합한다. 이 단백질은 젖당과 관련된 유전자의 전사를 막고 있는 단백질이다! 젖당이 결합하면 그 단백질은 떨어져 나가고, 젖당과 관련된 유전자의 전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자, 귀여운 대장균과 함께 생각해 보니 어떤가? 그렇게 어렵진 않지 않은가? 활성인자가 결합해 전사를 촉진하거나, 반대로 전사를 막고 있는 단백질에 결합해 그것을 떼어내거나. 쉽게 말하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진핵생물에서의 조절도 큰 틀에서는 이와 비슷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이것까지 설명했다가는 당장 뒤로 가기를 누를 테니, 오늘은 이만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자. 진핵생물의 전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 이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