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의 사내를 바라본다

- 삶의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4

by 방훈

시지프스의 사내를 바라본다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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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어딘지 모를 핏빛 바다와 핏빛 해변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 사이를 한 사내가 무엇인가에 쫓기듯이 전력질주 합니다. 그러다 화면이 바뀌면서 핏빛 도시가 나타납니다.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이 다 죽었는지 고요한 정적만이 머물고 전력질주하던 사내는 그 도시의 한가운데에 멈춥니다. 갑자기 목적을 잃어버렸는지 텅 빈 도시의 아스팔트위에 사내는 홀로 서 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어디에선가 핏빛 헤트라이트가 강렬하게 비추고 불빛이 사내를 향하여 아주 빠른 속도로 다가옵니다. 강렬한 빛은 사내를 치고 사내는 공중에 붕 떠올랐다가 아스팔트로 추락합니다. 아득히…


사내는 비명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어나 벌떡 상체를 일으킵니다. 창문으로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고 있습니다. 사내는 부엌으로 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 화장실로 가 세수를 합니다. 사내는 세면대에 있는 거울을 쳐다봅니다. 낯선 사내 하나가 서 있습니다.


분노로 핏발 선 눈, 초췌한 몰골, 파리한 안색… 사내는 물끄러미 거울을 봅니다.

이게 내 모습인가?


사내는 정말 오랫동안 계속해서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사내는 정말로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사내는 오늘도 출근을 합니다. 사내는 오늘도 정신없이 일하고 야근을 합니다. 사내는 밤이 늦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그는 또 악몽에 시달릴 것입니다. 그런 다음 그는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야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사내는 문득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욕구가 너무나 강렬해 사내는 정말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세상은 사내의 이런 생각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해진 바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세상은 사내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고 사내에게 더 많이 자살을 생각나게 할 것입니다. 사내는 계속해서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사내는 오늘도 핏빛도시의 한 가운데 서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 중 그 누구도 이 핏빛도시의 수중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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