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록 사이에 핀 들꽃을 바라다보며

- 삶의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3

by 방훈

보도블록 사이에 핀 들꽃을 바라다보며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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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그만 이름도 모르는 들꽃을 밟았습니다.
내 발밑에서 밟힌 꽃은 추한 모습으로 찌그러져 있었고
비명을 질러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삭막한 도시의 길을 가다
보도블록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어느 이름 모를 들꽃을 보았습니다.

그 꽃은 지나가는 행인들 사이에서
어렵게 자기의 생존을 위하여
투쟁을 계속해왔던 것입니다.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발에 밟힌 그 꽃을 한참 동안
넋 나간 듯이 쳐다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그 길가에서
어렵게 생존을 하는 그 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측은한 생각이 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그 꽃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거센 물결 속에서
생존을 위하여 아등바등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의 거센 물결에 한 번 휩쓸리면
생존이 어려워지듯
그 물결 속에서 삶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꽃을 위하여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그 꽃이 행인들의 발에 밟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밖에
그 꽃을 위하여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그 꽃은 내내 내 마음에 담겨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무래도 그 꽃이 마음에 걸려
식물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흔한 꽂이였습니다. 민들레였습니다.

잠 못 이루는 밤에 서서
도시의 야경을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길가에 무수히 지나다니는
한 포기의 민들레꽃들을 보았습니다.
세상의 물결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리고 세상과 투쟁하는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민들레꽃을 보았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 때 지나갔던 길을 다시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꽃을 다시 보기 위해 유심히 길을 살폈습니다.
그러나 쉽게 그 꽃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몇 번이나 꽃을 찾아보았지만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흔적도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었나 봅니다.

착잡한 마음으로 그 길을 걸었습니다.
그 길에는 어떤 꽃도 피어있지 않았습니다.
너무도 긴 길을 비틀거리며 걸었습니다.
그리고 자꾸만 나를 누군가 짓밟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민들레꽃의 그 때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마치 비명을 지르며
세상을 향해 생존을 위해 마지막 에너지를 태우던
그 때의 그 꽃이…

그리고 나도 그 때의 그 꽃이 되어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습니다.
이 세상이 거대한 감옥이 되어
나를 가두는 듯한 환영이 더욱 비틀거리게 하였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그 길을 지금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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