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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Apr 05. 2018

나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  

- 방훈

나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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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두렵다 

내 빈약한 가슴에

점액질의 문신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듯

어둠의 흔적 속에서 살아 오르는

내가 사산(死産)시켜 버린 

언어들


두려움은 다른 새로운 두려움을 잉태하듯

타인에게 한번 점령당함으로서

새로운 비굴이

새벽의 시간 속에서 살아 오르고 있다


싸늘한 새벽공기 속에서

조금이라도 편하기 위해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양심이 죽고

양심의 언어들은 

먼지 날리는 거리에 매장된다


태양은 떠오르지만 

정작 아침이 오지 않는 

가난한 계절


말이 두렵다 

잊어버린 언어

내가 매장시켜 버린 언어들


그 속에서도 뚜렷하게 살아나

나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언어들


나․는․인․간․답․게․살․고․싶․다


내 언어의 마차는

확신과 부정 

신념과 절망들을 가득 적재한 채 

불확실성의 세계를 향하여 

험한 언덕길을

헉헉거리며 기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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