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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Apr 28. 2018

나만의 개성을 담자 - 2

- 방훈의 글쓰기 교실 14

방훈의 글쓰기 교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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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나만의 개성을 담자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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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두 장의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을 그린 두 화가의 작품인데 한 장은 정교함이 강조된 사실적 그림이고 다른 하나는 추상화입니다.
모델은 한사람이었지만 전혀 다른 그림을 본 후 여러분은 어떤 감상평을 말할 수 있을까요?
둘 중 어느 그림이 좋은 작품일까요?


화가들은 각자의 창의성과 추구하는 예술관대로 모델 즉, 관찰 대상의 특색을 잡아내고 또 그것의 개성을 살려 그림을 그린 것이기에 어느 것이 더 좋다, 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감상자 역시 개개인의 취향과 미적 기준에 맞게 제 각각의 감상을 말하고 작품을 선택하겠지만 어느 것도 틀린 것은 없습니다.
화가도 감상자도 그들의 개성대로 행동하고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막연하게 어렵다고 겁을 먹고 글을 쓰는 일이 너무 어렵다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항상 개성을 찾아 쓰려고 노력하는 자세만 잊지 않으면 됩니다.

어디에나 있는 작은 돌 하나를 보더라도 그 돌의 모양, 빛, 장소, 혹은 그 근처의 잔디, 나무, 이러한 주변의 모든 것과 조화된 모양을 과장 없이 투명한 마음으로 보고 그것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그대로 쓰면, 자연히 그 돌의 특색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입니다.

자연을 그릴 때에는 계절과 시간, 짐승이나 나무가 대상일 때에는 버릇과 습성, 생김새, 냄새 등 보이는 것과 보이지는 않지만 연관 지어 지는 모든 것들을 통합하고 특징을 잡아내야합니다.

대상이 사람일 때에는 밖으로 드러나는 모든 겉모습과 행동언어 습관, 속으로는 그 사람의 성격과 취향에 나타나는 것들까지 세밀한 탐구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특색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전체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유추하고 보고 것을 그린다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리를 뜬 8월의 어느 날 초저녁, 룩상부르 공원의 서북쪽 구석에 위치한 정자에서 두 남자가 체스 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있었다. 열명은 족히 넘는 구경꾼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관심 있게 체스 게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저녁 식사 전 입맛을 돋우기 위해 술 한 잔 마실 시간이 가까워졌는데도 승부가 나기 전에는 이 구경거리를 포기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모여 있는 사람들의 관심은 도전자, 창백한 얼굴에 권태롭다는 듯 이 냉담한 눈빛을 하고 있는 검은 눈동자, 검은 머리의 젊은 남자에게 쏠려 있었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표정의 변화가 전혀 없었으며, 이따금 불붙이지 않은 담배를 이리저리 손가락 사이로 굴렸다. 바로 그 자체였다. 그 남자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승부 중에서

어두워지기 시작한 8월의 초저녁 공원과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를 만드는 체스 판과 구경꾼들을 묘사한 글입니다.
그리고 마주앉은 두 사람 중 한 젊은이, 바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검은 머리 젊은이를 특징을 작가는 그리고 있습니다. 글을 읽는 독자들은 구경꾼 중 한 사람의 시선이 되어 그 젊은이를 관찰하며 손가락 사이에 놓인 담배를 상상하고 그의 다음 행동을 상상합니다. 관찰과 묘사로 한사람의 특징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체스 고수, 일흔 살 가량의 적잖이 비열하고 왜소한 남자는 모든 점에서 젊은 도전자와는 정반대였다. 그는 프랑스 퇴직자들이 입는 제복, 여기저기에 음식물 자국이 배어 있는 푸른색 바지와 모직 조끼를 입고 있었다.
떨리는 손에는 검버섯이 피어 있었고, 숱이 적은 머리와 포도주 빛의 붉은 코, 그리고 얼굴에는 자줏빛 혈관이 불거져 있었다. 수염마저 깎지 않은 덥수룩한 모습에 눈 씻고 보아도 은근한 분위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신경질 적으로 담배꽁초를 푹푹 빨아 내뿜었으며, 공원 벤치에 앉아 몸을 이리저리 불안하게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고 미심쩍다는 듯 쉴 새 없이 머리를 흔들었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그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들 그와 체스를 둔적이 있었으며, 모두가 번번이 그에게 진 경험이 있었다. 천재적인 체스꾼은 아니었는데도, 그는 상대방을 지치게 하는, 그래서 분개하게 하고 증오심을 품게 하는, 결코 실수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아주 사소한 부주의조차 그에게는 기대할 수가 없었다, 그를 이기기 위해서는 실제로 그보다 체스를 더 잘 두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사람들은 예감했다. 저 늙은 고수를 속일 수 있는 -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 단숨에 박살내고 쳐부수고 능멸하여 마침내 패배의 쓴 맛을 보게 해줄 새로운 대가가 나타났다고 사람들은 생각을 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당한 패배에 앙갚음을 해줄 것이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 승부 중에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초저녁, 8월이라는 계절,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긴장감 속에 숨겨진 속마음과 기대감들이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며 어떻게 글의 몰입도를 높여 가는지 살펴본다면 작가가 공들인 관찰과 묘사를 좀 더 가깝게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켈트족 비석은 베스코스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었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그것이 여느 바위와 다를 바 없는 커다란 바위, 예전에는 서 있었지만 어느 날 벼락을 맞아 쓰러지고 빗물과 세월에 닳은 바위라고만 믿고 있었다. 아합은 마을회의가 있을 때면 늘 야외에 놓인 이 자연 테이블을 즐겨 사용했다.
정부에서 연구팀을 파견해 이 지역에 분포되어있는 켈트족 유적들을 조사한 날까지는 그랬다. 연구원들 중 하나가 그것이 평범한 바위가 아니라 비석이라는 사실을 발견하자 곧 고고학자들이 몰려와 크기를 재고, 계산하고, 토론하고, 조사하더니 켈트족의 한 공동체가 그 일대를 성스러운 땅으로 선택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하지만 거기서 어떤 의식을 치렀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일종의 천문대였다고 주장하였고, 다른 사람들은 사제들이 풍요를 기원하며 숫처녀를 바치는 의식을 거행했던 무대였다고 장담했다. 일주이간에 걸쳐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학자들은 다른 연구룰 위해 그 곳을 떠났다.
읍장은관광지 개발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읍장으로 당선된 후, 한 지역 신문에 베스코스 주민들이 물려받은 켈트족 유산에 대한 탐방 기사를 싣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유적지를 관광지로 조성할 자금이 없었다. 탐구심 많은 관광객이 몇몇 찾아 왔으나 그들을 맞은 건 덤불 속에 쓰러져있는 커다란 비석 뿐 이였다. 그들은 곧 조각과 비문, 그리고 좀 더 흥미로운 유적들이 있는 인근 마을들로 발길을 돌렸다.
관광지 조성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비석은 곧 본래의 기능을 되찾아 주말에 소풍 나온 사람들의 식탁으로 사용 되었다.

- 파울로 코엘료, 악마와 미스 프랭 중에서.

악마와 미스 프랭은 <그리고 일곱 번째 날…> 3부작 시리즈의 완결 편으로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엄청난 재물을 앞에 놓고 벌어지는 선과 악이 벌이는 싸움을 다룬 소설입니다.

매력적이고 심오한 이 소설 중에서 이 부분을 발췌한 이유는 같은 대상을 두고 사람들이 제각기 보는 여러 시선과 관심과 목적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 행동을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긴 세월과 자연 속에서 늘 그대로였던 바위이며 비석이며 식탁이였던 돌덩이, 무엇이 부르는 이름을 달라지게 하고 존재가치를 바꾸었는지 작가는 전개되는 소설 속에서 만나야 할 이야기의 복선처럼 이 바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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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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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라는 소재로 글을 써보세요. 그리고 그 글에서 남과는 틀린 자신의 개성이 무엇인지를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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