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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Apr 30. 2018

이른 봄, 고향에 가다

- 방훈

이른 봄, 고향에 가다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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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다섯 시인데도 
아직 잎사귀도 제대로 나지 않은
산중은 
벌써 어둠이 덥썩 베어물고
어둠이 큰나무를 먹어버리기 시작한다 

고향에는 그리운 사람들 떠나가고 
어둠만 머무는 빈집에는
휑한 바람도 떠나가고 있었다 

어둠 내린 산길을 따라
고향집이 가까워지니  
나이도 제대로 알 수 없는
늙은 개가 짖는다

다가가면 갈수록 고향집의 불빛이 흔들린다 
작년 가을에 떨어져야 하지만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는 
겨울나무 잎새처럼
마른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린다

그 마른 바람에
혼자 사는 늙은 어머니도 흔들리는지
잔 기침소리가 바람되어 
마음에 전해온다 

이제 어머니도 떠나면
바람도 머물지 못하고 빠져나가는  
이 집에 누가 머물까?

다 삭아내린 개집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늙은 개가   
무엇이 안타까운지 
밤이 늦도록 
울음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게 
고향에서의 밤은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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