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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y 01. 2018

가로등 아래에서

- 방훈 

가로등 아래에서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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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부터 깜박깜박 거리더니
직장 앞에 있는
가로등이 오늘 수명을 다한 것 같다
어둠이 내린 세상에
불을 밝히지 못하고 어둠을 덧칠하고 있었다
이제 수명을 다한
가로등 밑에 걸음을 멈춘다

불을 밝혀야 하지만
수명이 다한 전구처럼
나도 이제는 수명이 다했는지 몰라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희망퇴직 신청서를 품에 안은 채
가로등 밑 어둠과 하나되어 갔다

집으로 걸음을 옮기려 하지만
그림자가 발목을 잡아당긴다
무거워진 그림자는 깊은 늪이 되어
나를 어둠속으로 빨아들인다
어둠속에서 많은 그림자들이
주저앉은 나에게 말한다

나이도 먹었으니…
너를 어떻게 키워는데…
끝까지 버텨…
어학연수 다녀와야해…

깊은 늪에 빠진 나에게 가라앉으면 앉을수록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오면서
발걸음을 잡아당긴다

그래도 그 많은 소리속에서
하나의 소리는
내 마음에 담겼다
.
.
.
힘들면 이제 좀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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