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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y 02. 2018

관찰 11 - 1

- 방훈의 글쓰기 교실 16

방훈의 글쓰기 교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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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11 - 1

관찰은 개성이나 특색을 찾아내는 첫 걸음입니다.

이 관찰에 대하여 어느 외국 문학자는

“우리들이 물건을 볼 때에 보통은 이미 자기가 생각하고 있던 것에 의지하여 주관적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세밀하게 또는 다른 시선과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야만, 우리가 생각하지도 않던 것을 발견하고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대상을 자세히 살펴보는 관찰자의 시점으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고 새 길을 개척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를 계속하여 갖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어떤 대상을 관찰한다는 것은 각자가 모두 다른 것입니다. 우리들은 각각 다른 기관을 갖고 다른 본능의 발전에 따라 각자가 살아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찰을 한다는 그 것이 그 관찰을 계속하여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세계관을 갖게 하는 일도 생길 것입니다. 이러한 ‘곳까지 나아가면 그 사람은 한 새로운 길을 발견하겠다고 할 것입니다.
참으로 만물이 우리 사람 앞에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보이다가는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똑 같은 느낌이나 조금도 틀림없이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없습니다.
지성(至誠) 이라는 것은 모든 일의 근본입니다만 관찰에는 더욱이 필요한 것입니다.


끝까지 공손하고 친절하며 그리고 올바른 마음으로 관찰을 한다는 습관을 붙여야 합니다. 모든 일에 깊은 주의력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잠깐 거리를 걸어 보아도 주의력이 깊은 사람은 여러 가지 일을 눈으로 보고 많은 감상을 갖게 됩니다. 주의력이 없는 사람은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들어옵니다. 다만 화려(華麗)하다거나 분잡하다는 것 외에는 다른 대답을 못합니다. 모든 물건을 주의 깊게 잘 본다는 것이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관찰은 세밀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면 소나무 하나를 관찰한다면 우선 그 나뭇가지는 어떠한가, 잎의 빛 나무 줄거리의 모양, 바람이 불면 어떤 소리를 내며 혹은 비가 올 때에는 어떠하며, 갠 날은 어떻고 나무 잎의 빛이 어찌 변하나하는 것까지 꼼꼼히 관찰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야만 비로소 소나무에 대한 글이 써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주의하여야 할 것은, 이렇게 자세히 관찰된 것을 그대로 쓴다고 훌륭한 글이 되느냐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즉 그 관찰을 한 다음에 그 건의 개성, 특색을 잘 잡아내야 합니다,
관찰하는 것을 배워 보기로 하십시다.


남자는 깜깜한 숲에서 잠을 깼다. 밤의 한기를 느끼자 손을 뻗어 옆에서 자는 아이를 더듬었다. 밤은 어둠 이상으로 어두웠고, 낮도 하루가 다르게 잿빛으로 짙어졌다. 차가운 녹내장이 시작되어 세상을 침침하게 지워가는 것 같았다. 아이가 귀중한 숨을 한번 쉴 때마다 그의 손도 덩달아 가볍게 오르내렸다. 그는 비닐 방수포를 밀어내고 냄새나는 가운과 담요를 두른 채 몸을 일으켰다. 혹시 빛이라도 보이나 싶어 눈을 동쪽으로 더듬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방금 깨어난 꿈에서 남자는 아이와 함께 동굴을 헤맸다. 아이가 남자의 손을 잡고 앞장섰다. 종유석이 커튼처럼 얇게 덮인 축축한 벽 위로 손전등 불빛이 춤을 추었다.
화강암으로 빚은 짐승이 삼키는 바람에 내장 속에서 길을 잃은 동화 속 순례자들 같았다. 굴뚝같은 깊은 돌구멍에서는 물이 똑똑 떨어지며 노래를 했다. 정적 속에서 종을 치듯 지구의 분, 지구의 시간과 날을, 햇수를 쉼 없이 헤아리고 있었다.
마침내 그들은 돌로 이루어진 큰 방에 이르렀다. 그 곳에는 오래된 검은 호수가 자리 잡고 있었다. 호수 건너편에서 어떤 생물이 둑 모양으로 둘러싸인 웅덩이에서 무리 뚝뚝 흐르는 입을 들어 올리더니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거미 알 같은 희무끄레한 눈으로 빛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생물은 보이지 않는 것의 냄새를 맡으려는 듯 물 위로 낮게 고개를 숙였다.
벌거벗은 채 웅크린 생물은 창백하고 투명했다. 설화석고 같은 뼈가 뒤쪽 바위에 그림자로 비쳤다. 내장과 고동치는 심장도, 흐릿한 유리 종 안에서 팔딱이는 뇌도, 생물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낮은 신음을 토하더니 비틀비틀 몸을 돌려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성큼성큼 뛰어갔다.
남자는 회색빛이 비치자마자 일어났다. 소년은 그냥 자게 놓아두고 길까지 걸어가 쭈그리고 앉아 남쪽 땅을 살폈다.
황폐하고, 고요하고, 신조차 없는 땅, 10월 인거 같다고 생각했으나 자신은 없었다. 날짜를 확인하지 않은지 몇 년은 되었다. 그들은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한 번 더 겨울을 난다는 것은 죽음을 뜻했다.

코믹 매카시의 로드 중에서.


어둠 이상으로 어두운 밤.
녹내장이 안구를 덮어 침침하게 지워버린 것 같은 세상.
화강암이 빚은 짐승이 삼키는 바람에 내장 속에서 길을 잃은 순례자 같은 마음.
보이지 않는 거미 알 같은 눈을 가진 생물.

현실과 꿈속을 구분하기 힘든 주인공의 현재와 심리 상태가 극명하고 처절하게 표현된 문장입니다.
두려움 가득한 동굴과 괴기스런 꿈 속 괴물, 그리고 주인공의 현실과 미래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큰 두려움일까요?
꿈을 통해 주인공이 보는 것은 드러내지 못하고 안으로 삭이는 현실이며 자신의 미래이고 그래서 더 절망하는 공포가 아닐까요?
로드의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주인공의 처절함과 절박함,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공감하게하며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에 몰입하게 됩니다.
국가와 사회 규범, 종교, 통제와 질서가 무너지고 생존 본능만 남은 세상에서 굶주림과 갈증을 해결하는 것만이 생존의 수단인 사람들의 삶에 대해 작가는 세밀한 묘사로 인간의 본성과 선과 악의 절대적 가치를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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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문제
-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에서 한 인물을 잘 관찰하여 소설에 나오는 인물처럼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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