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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y 11. 2018

인물묘사

- 방훈의 글쓰기 교실 22

방훈의 글쓰기 교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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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인물묘사





인물묘사는 얼굴, 복장. 동작처럼 외부에 나타나 보이는 외면묘사와 감정, 성격, 심리 같은 내면묘사로 나뉩니다. 그러나 외면묘사를 하는 경우에도 감정이나 성격을 뺀 글은 완전한 묘사라고 할 수 없으며, 반대로 내면묘사를 하는 경우에도 보이는 요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결국 이 두 가지는 어느 형태로던 모두 합해 문장을 써야만 충분한 인물 묘사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어쩌면 유순(兪順)이가 그렇게 크고 어여뻐졌을까.”
하고 숭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럴 때에 숭의 앞에는 유 순(兪順)의 모양이 나타났다. 그 는 통통하다고 할 만하게 몸이 실한 여자였다. 낯은 자외선 강한 산 지방의 볕에 그을어서 가무스름한 빛이 도나 눈과 코와 입이 다 분명하고, 그리고도 부드러운 맛을 잃지 아니한 처녀다. 달빛에 볼 때에는 그 얼굴이 달빛 그것인 것같이 아름다웠다. 흠을 잡자면 그의 손이 거친 것이겠다. 김을 매고 물일을 하니, 도회 여자의 손과 같이 옥가루로 빚은 듯한 맛은 있을 수 없다. 뻣뻣한 베치마에 베적삼, 그 여자는 검정 고무신을 신었다. 그는 맨발이었다. 발등이 까맣게 볕에 그을었다. 그의 손도, 팔목도, 목도, 짧은 고쟁이와 더 짧은 치마 밑으로 보이는 종아리도 다 볕에 그을었다. 마치 여름의 햇볕이 그의 아름답고 건강한 살을 탐내 어 빈틈만 있으면 가서 입을 맞추려는 것 같았다.

- 이광수(李光洙), <흙>


담배를 피우던 십일 년 전의 그녀의 입술을 떠올려본다. 나는 그녀의 입술은 형이상학적인 데가 있다고 늘 생각하였다. 아니, 분명 그녀의 입술은 형이상학적인 부분을 내포하고 있었다고 나는 기억한다. 그녀와의 키스를 떠올려본다. 그녀와 키스를 하고 있으면 흥분은커녕 가슴속이 뻥 뚫려 나가는 듯한 공허감이 몰려왔다. 고뇌가 한 움큼 그녀의 혀에서, 타액에서 내 영혼으로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분명 형용할 수 없는 어떤 앙금이 되어 내 가슴속에 쌓여 갔다. 나는 늘 그녀에게는 신비한 구석이 있다고도 생각했다.

- 장태일, 단편 'TV 속의 그녀의 풋밤' 중에서


높자란 밤나무 숲 위로 잘게 부서진 하늘은 무척 낮았다. 먼 국도로부터 들려오는 차량들의 질주음이 퍽 가까웠다. 소로변의 키 큰 풀잎들에는 벌써 촉촉이 물기가 맺히고 있었다. 우리는 걸어간 길을 되짚어 등성이를 넘었다. 물기를 머금은 대기 탓일까, 담채화 같은 개활지의 풍경이 눈에 촉촉하게 와 닿는다. 나는 등성이에서 개활지를 한동안 바라보고 서 있다가 그녀의 어깨를 돌려세우고 가볍게 입맞추었다. 엷은 풀냄새가 났다.
황록색의 벼들판 위로 바람의 발자욱이 밟혔다. 그리고 뚜렷한 경계를 지으며 소방호스에서 뿜어지듯이 들판의 저편으로부터 소나기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시야가 흐려지면서 뿌연 먼지 같은 것이 들판으로부터 피어올랐다.
아카시아 나무 밑에서 우리는 비가 다가와, 지나갈 때까지 긴 입맞춤을 하였다. 나는 이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돌아오는 길은 뿌옇게 피어나는 수증기로 마치 안개 자욱한 새벽길을 걷는 것 같았다. 난, 너와 결혼하고 싶었어. 그건 아마 이성(異性)에 대해서 내가 최초로 갖게 된 적극적 인 생각이었을 거야.

- 장태일, 단편 'TV 속의 그녀의 풋밤' 중에서


상점의 창에 비친 또 다른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미풍에 백발이 날리는 한 영감이 거기 있었다. 나는 집까지 걷기로 했다. 그 여자의 키스는 아직도 내 입술에 뜨겁게 남아 있었다. 나는 현기증을 느꼈고 그래서 공원 벤치에 앉았다. 내 주위의 풀과 나무들이 온통 환상적인 석양에 물들고 있었다. 무엇인가가 마무리되었던 것이다. 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기쁨의 환성을 올리면서 춤추며 노래하고 싶었다.
만사가 그래야 하듯이 그러한 환희는 곧 사라졌고, 이윽고 나는 일어서서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 존 월터스, '첫사랑'(리더스 다이제스트, 1988.12월호) 중에서


여름의 추억은, 연못가에서 종이로 말은 가짜 담배로 어른 흉내를 낸다거나, 부 래들리를 나오게 하려는 거창한 계획으로 눈동자를 빛내던 딜의 모습이 전부였다.
나는 이러한 것들을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지난여름 내게로 다가와 오빠가 한눈을 파는 사이 얼른 내 뺨에 키스하던 딜. 때때로 서로에 대해 열망하면서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시간들. 그러나 딜이 가까이 없었으므로 올 여름은 별다른 추억거리를 만들지 못했고, 그가 없는 여름이 자못 속상하기만 했다. 나는 이틀 동안을 슬픔 속에 잠겨 지내야만 했다.

-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어느 날 다프니스는 도르콩이란 친구와 크로에의 키스를 걸고, 자기들 두 사람 중에 어느 쪽이 더 멋진 청년인가 논쟁을 벌였지요.
그 논쟁에 이긴 그는 처음으로 그녀의 입맞춤을 받았지만 그날부터 그는 독에 쏘이기나 한 것처럼 가슴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적적하고 때로는 한숨이 새어나오고 몸부림을 치기도 하고 그로에를 만나면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수치심이 일어나곤 하였지요. 그도 다음과 같이 중얼거렸습니다.
“하나님, 크로에의 키스는 나의 가슴에 무엇을 심어 주었지요? 그녀의 입술은 장미처럼 향기로웠고 그 입은 꿀처럼 달았습니다. 나의 가슴은 어째서 몹시 두근거리기만 하고 맥박은 파르르 떨려 괴로워하면서도 다시 또 키스해 주었으면 하는지요. 대관절 이 고통이 무엇인지 저는 도무지 알 수 없군요.”

- 엔도 슈사꾸, <지금은 사랑할 때>


묘사라는 어떤 사실적인 것을 말하며 그곳에 자신의 생각이나 느낀 점을 오버랩 시키는 것입니다.
만약 밤에 만난 고양이에 대한 것을 글로 쓴다고 가정합시다.

'밤에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 걸 잊지 못한다.'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적인 것에 자신의 느낌과 표현을 더해서 쓴다면 좀 더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입니다.

'한 밤중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파란색으로 빛나는 섬뜩한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고양이는 벽을 타고 느릿느릿 걸으며 마치 공중 속을 걷는 것과 같이 보였고 어두움 속에 있는 검은 고양이는 자신의 몸을 어둠과 함께 하나로 만들었고 그 눈빛은 어떤 빛보다도 공포를 불러왔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두개의 눈알이 빛났다. 나는 그 무서운 고양이의 눈과 마주친 것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렇게 쓸 수도 있습니다. 앞에 쓴 것보다는 뒤에 쓴 것이 더욱 실감나면서 무서운 분위기를 냅니다. 그러나 이 두 글의 근본적인 것은 같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글쓰기에서 묘사는 아주 중요한 기교중의 하나입니다.


연습문제

- 밤길을 주인공 혼자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주변 환경을 통하여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나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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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문제

- 자신의 주변에 있는 한 인물을 모델로 하여 그 인물에 대하여 묘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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