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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y 13. 2018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리라

- 방훈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리라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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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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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새 한 마리 방으로 날아들었다
들어는 왔지만 나갈 줄은
모르는 새

나는 그 새에게 나가는 방향을 알려주려고
창문을 더욱 크게 열고
손으로 쫓고
소리도 질러보았지만

그 새는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당황하여
몸부림치다가 방안의 여기저기 부닥친다.
결국
옷장 뒤로 들어가 나올 줄을 모른다.

나는 오로지
그 새를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철사로 만든 옷걸이를 길게 펴
새가 들어간 곳에 들이댔다

그러나 내가 그러면 그럴수록
새는
안으로 더 숨어 들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방안으로 날아든 새와
씨름하였는지 모른다.

나는 이제 포기하였다
새가 알아서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만약
새가 못 나와 그곳에서 죽어도
그 건 그 새의 잘못이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나는
새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는 것도
곧 잊어버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 와
하던 일에 몰두하였다

피곤하였다, 잠시 졸았나 보다

갑자기 나는 소리에
퍼뜩
잠에서 깨었다

"파드득"

옷장 뒤에 숨어있던 새가
조심스럽게 나와
힘찬 날갯짓을 하던 소리였다
새는 창밖의 하늘로 날아갔다

그 때 머리를 스치며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안달하여 새를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지만
나의 행동은 거꾸로 그 새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방해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일은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내 마음도 그냥 그대로 내버려둘까 한다.
어쩌면 지금처럼 안절부절 하는 것보다도
내 마음도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노트 

살아가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너무들
안절부절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로 갈팡질팡 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해답을 얻을 수 없는 것이라면
그냥 그대로 마음을 내버려두면서 시간이 흐른다면
아마도 문제가 해결되거나
별 일 아닌 일이 되어 있을 것이다.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살아가자.
조금 느리게 산다고 해서
세상이 망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망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자기 몸과 마음을 해쳐 가면서까지
너무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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