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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y 15. 2018

겨울나무

- 방훈

겨울나무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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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어둠 내린 고층빌딩 사이로
거센 바람이 불었다
갑자기 북극에서 불어온 살을 파고드는 칼날추위가
단단하게 무장하고 세상에 나온 사내를
간단하게 무장해제 시켰다
추위는 뼈를 파고들어 추운 것이 아니라
발끝까지 아프게 했다

세상일에 지쳤는지 사내는 어둠속에 서 있다
잎도 다 떨어지고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겨울나무처럼…

어둠을 굽은 등에 업고 서 있는 겨울나무는
불어오는 바람에 세차게 흔들려
뿌리까지 흔들리면서
흔들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흔들렸다

겨울나무는 온 힘을 다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바람의 끝에서 발버둥 쳤다
그러나 이제는 갈 길조차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둡고 찬 겨울 공기가
겨울나무를 빨아들여
어둠으로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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