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거대한 감옥에서

- 삶의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1

by 방훈

삶의 거대한 감옥에서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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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신문기사를 보다가 아래와 같은 기사를 보았습니다.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자 나에게 다가오는 삶의 그 답답함으로 인하여 가슴이 아팠습니다.

“경기도의 한 경찰서에서 10일 일곱 살 난 자신의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협의로 김 모 씨라는 한의사를 긴급 구속하였다.
김 씨는 이날 오전 8시 10분쯤 자기 집 안방에서 자고 있던 아들의 목을 흉기로 찔러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의 조사 결과 김 씨는 결혼해서 생활해오던 중 남편이 실직을 하고 자신이 운영하던 한의원도 운영이 어려워지자 최근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 심한 진통 끝에 낳은 아들,
그리고 칠년간이나 애지중지 키워온 모정,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아들에 대한 사랑…
이 모든 것들을 다 포기하고 아들을 죽여야 했던 한 어머니,
그 어머니가 오늘 이 사회 속에서 통곡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을 앓아왔던 그 어머니는 오늘 이 사회의 거대한 벽 앞에서 한낱 힘없이 떨어지는 꽃잎처럼 이 사회에서 시들어 떨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그 어머니의 삶의 감옥이 느껴져 가슴이 답답해져 옴을 느꼈습니다.

자본이 승리한 세상에서 우리는 그 자본으로 인하여 삶의 감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그 속에 갇히고 있습니다.
끝이 안 보이는 불황의 깊은 터널,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혼미, 연이은 대형사고, 그리고 추락하는 우리의 가치관들, 잃어버린 미래, 상실한 자아…
이런 사회 전반의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우리들 마음속으로 깊고 깊은 우울증이 급속하게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우울한 느낌은 슬픈 일을 당할 때 인간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만 그 우울한 느낌이 도를 넘어서 우울증으로 발전하면 우리는 거대한 삶의 감옥에 갇혀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게 됩니다.
의학적으로 우울은 슬픔과 구별된다고 합니다.
슬픔은 사랑하는 대상을 잃었을 때 서러움과 연민을 느낄 때처럼 정상적인 감정 상태인 반면, 우울은 객관적 상황에 관계없이 모든 생활이 우울한 기분에 쌓여 염세감, 자책감, 절망감, 정신운동 저하 등을 느끼는 정서의 병적인 상태를 말한다고 신문에는 전문가의 말을 옮겨놓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 사회의 끝없는 경쟁과 소외,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 부재 등으로 세상을 불안한 마음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오늘과 다를 것이라는 희망은 점점 더 사라져 가고 사람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삶의 거대한 감옥에서 사람들은 아무런 희망 없이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슬픔이 흘러 넘쳐 우리를 저 아득한 블랙홀 같은 세상으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세상만사 재미있는 일이 없고 모든 일이 귀찮게만 느껴져요. 후회되는 일뿐이고 미래도 희망이라곤 없는 것 같아요. 기분이 우울해선지 머리도 아프고 밥은 모래알 씹는 기분으로 먹어요. 물론 소화도 안 되고 기운도 없지요. 그저 사춘기 소녀처럼 사소한 일에도 슬프고 눈물이 납니다.”

한 중년여자의 고백입니다.
그러나 이 고백이 어디 이 여자만 느끼는 감정일까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 거의 같은 심정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빛나는 생의 한 시기도 시들어가고
나도 이제 삶의 감옥의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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