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6
어둠이 내린 정류장에서
- 방훈
나는 길을 걷고 있었다.
그도 길을 걷고 있었다.
길 위에서 그가 나에게 길을 물었다.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이예요”
나는 그를 쳐다보면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도 길을 걷고 있었지만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몰랐기 때문에,
나는 길 위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내가 걷고 있는 길은 이미 길이 아니었다.
하나의 미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어디에도 이정표나 비상구는 없었고,
내 곁에서 머물던 사람들도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내 옆에서 길을 묻던 그도 어느 사이엔가 볼 수가 없었다.
세상은 빙글빙글 돌고 나는 어지러웠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세상의 현기증에 나는 이미 모든 기운을 빼앗기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른다.
어느 사이엔가 내 곁으로 사람들이 지나간다.
나는 그들에게 신경질적으로 길을 물었다.
“도대체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것이야”
그들은 나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나에게 한마디를 내뱉으면서 길을 떠났다.
“자기의 마음으로 가는 길이요”
나는 그들의 말에 더욱 어지러워졌다.
내 마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데,
어둠이 내리는 지금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어졌다.
모두들 허상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질 뿐이다.
어둠이 내린 버스정류장에서
나는 오늘도 길을 잃고 갈 곳을 몰라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