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12
수족관에 태풍주의보가 내렸다
- 방훈
빛나던 생의 짧은 순간,
그 누구보다도 세상을 마음껏 헤엄쳐 다녔습니다.
이 세상의 발길 닿는 대로 가고 발길 머무는 곳에 머물렀습니다.
이제 그 빛나던 시절은 어디론가 가고 나는 이제 이 세상의 작은 수족관에 갇혔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말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철이 든다는 것은 우리들이 가졌던 자유, 꿈, 희망, 열정들을 잃어버리는 과정인 것이야.
세상을 떠도는 것이 아니라 이제 세상의 한 부분에서 적응하면서 그 속에 갇혀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이야.”
이 세상 사람들은 수족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세상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말들 하지만, 나의 빛나는 지느러미도 수족관에서 이제는 빛을 잃어버리고 시들시들해지고 있습니다.
세상을 마음껏 유영하고 싶지만,
이제는 다시 그렇게 할 수는 없으리라. 이제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어라.
떠나버린 시간들은 추억이 되어 기억의 강으로만 흐를 뿐 다시는 내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리라.
등 푸른 바다고기로 이 세상을 헤매던 나는, 어느새 수족관에 갇힌 한 마리의 고기가 되어 이 세상을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행인들도 나를 바라다보고 있습니다.
삶의 감옥에서 삶의 감옥에 갇힌 타인을 바라다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삶의 감옥에 갇힌 나를 바라다보고 있습니다.
수족관에 태풍이 불던 그 날,
파도는 계속해서
나의 가슴을 적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