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보낸 한 철

- 삶의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11

by 방훈

지옥에서 보낸 한 철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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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인이 없는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그 편지의 겉에는 젊은 날 읽었던 어느 시인의 시 제목인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어두운 밤, 읽기를 미루어왔던 편지를 읽기 시작합니다.

그 편지는 나를 어둠의 저 편으로 인도하였습니다.


“피가 튄다. 사람들의 목이 잘려 나간다. 도시는 아수라장이다. 서로들 싸우고 정의도, 평화도, 사랑도 없다. 그 누구도 남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자기의 생존을 위하여 그는 많은 무기의 획득과 남을 쓰러뜨려야 한다.

불타는 도시, 무너져 내린 건물, 쓰러져 있는 시체, 도시를 뒤덮고 있는 유해한 벌레와 가축들, 주민들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악당들만이 도시에 남아 있다. 그 악당들은 서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 어디에도 질서란 없다. 강력한 무기와 힘을 가진 자들만이 생존할 수 있다. 악당들은 서슴없이 남을 해치고 그가 가지고 있던 무기와 에너지를 빼앗는다. 그리고 그 어디에도 평화는 없다. 도시 곳곳에서 전쟁 중이다.


전쟁은 이유도 없고 결론도 없다. 다만 생존하기 위하여 싸운다. 그리고 그 전쟁은 또 다른 전쟁을 일으키게 하고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자들은 도망을 가서 다시 힘을 길러 도시를 탈환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도시를 탈환하는 데는 남녀노소 그리고 어린아이들까지도 이용된다.

세상에 그 어떠한 법칙도 없다.

지금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오랫동안 이런 치열한 전쟁이 계속 중이다.

이런 세상은 바로 지옥이 아니고 무엇인가. 한 줌의 빵과 한 줌의 돈을 위하여 서슴없이 사람을 죽이고 빼앗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옥에서의 모습이 아니면 무엇인가. 전쟁은 직접적으로 지옥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직접 전쟁의 참화로 벗어났다고 해서 지옥에서 벗어나서 사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은 점점 더 지옥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그리고 인간을 시시각각으로 위협하고 있다.


푸른 하늘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자동차의 매연과 공장의 매연으로 인하여 하늘을 푸른빛을 잃고 낮에도 희뿌연 회색빛으로 도시는 잠겨 있다.

맑은 물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중금속과 생활하수로 범벅이 된 강에는 쓰레기만이 떠다니고 있다. 그리고 조금 살아있는 물고기들도 때만 되면 집단으로 죽어 물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 물을 사람들은 약간의 약을 타서 먹는다. 그 물은 벌써 독약이다. 다만 치명적이 아니라 우리의 인체 내에서 축적되어 가고 있을 뿐이다.

동물들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있다. 사라짐이 아니라 멸종당하고 있다. 자연은 이제 자기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 살고 있다. 농약으로 오염된 것들을 먹으며 오염된 공기를 호흡하며, 오염됨 물을 마시며 이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세상에서 오염된 것이라도 그것들을 얻으려고 아등바등 살고 있다.

이 모습이 지옥이 아니면 무엇이랴.


돈을 위하여 어린 여자아이들도 매춘에 나선다. 그리고 어둠침침한 곳에서 욕망과 쾌락을 돈으로 환산하여 검은 거래가 이루어진다. 여대생들도 쉽게 돈을 벌기 위하여 매춘에 나선다. 가정주부들도 전화방이라는 음란전화를 거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또 매춘에도 나선다. 여자만이 아니다. 남자들도 매춘에 나선다. 호스트바는 물론 은밀하게 진행되는 남성매춘도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밤마다 환락을 파는 업체들은 불야성을 이룬다.

먹고 살기 위하여 때로는 쉽게 돈 벌기 위하여 나서는 매춘은 지옥에서의 나날이다.

사랑이 사라져버리고 애무가 없는 황무지와 같은 섹스의 풍경은 바로 지옥이 아니고 무엇이랴.


전쟁, 끊임없는 경쟁과 소외 그리고 절망, 명퇴와 인원감축, 부도, 파산, 살인, 자살 그리고 정신병, 스트레스, 위궤양 이 모든 것들이 지옥이 아니면 무엇이랴.”


우리는 지금 이 세상의 지옥에서

한 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니 지옥보다 더 처참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옥에서야 고통만 받으면 됩니다.

그러나 우리의 세상은 고통만이 아니라 갈등과 번민, 슬픔이

우리들 가슴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깊고 깊은 세상의 아픔들이 슬픔이 되어

우리의 가슴을 적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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