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10
그 해 그 겨울, 겨울바다로 가고 싶다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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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가고 싶다
그 해 그 겨울, 겨울바다
바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특히 겨울바다를 생각하면…
그 해,
훈련소를 마치고 처음 배치를 받은 곳은
바다가 옆에 있는 동해안의 작은 검문소였다.
그 때, 그렇게 힘들었어도
내 옆에 바다가 있다는 것 하나가
늘 위안이 되었다.
힘들고 짜증나고 괴로울 때
바다를 바라보면
그러면 정말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아픔들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발령을 받았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섰다.
또 낯선 곳으로 가
그곳에 적응할 것을 생각하니 앞이 깜깜했다.
정말 그 때
왜 다시 발령을 받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곳에 간지 두 달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그러나 발령을 받은 그 장소를 알고 나서
정말 기쁘게 받아들였다.
대보라는 곳, 호미곶 이름도 낯설었지만
그곳이 우리나라 지도에서 보던
호랑이 꼬리라는 것을 알았을 때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날,
처음으로 그곳에 간 날,
그곳에는 비가 내렸고 바람이 불었다.
겨울이지만
눈이 귀한 그곳에서는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낯선 곳이었지만
자그마한 어촌은
아늑한 어머니의 품속 같았다.
파도에 흔들리는 포구에 정박한 배,
갈가리 찢어질듯이 나부끼는 그 배의 깃발,
내 발목까지 적실 듯이 넘어오는 파도,
방파제에 부딪혀
온통 새하얗게 부서지던 파도의 포말,
그리고 그 어촌의 작은 불빛들,
그 풍경은 하나의 그림이었고
말로는 표현 못할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난 그 때의 그 겨울바다를 잊을 수 없다.
군대생활이 고달프고 힘들어도
바다는 내게 힘을 주었다.
바다를 보고 또 봐도 늘 새롭게 다가왔다.
어느 때는 부모님처럼,
어느 때는 연인처럼,
어느 때는 누나처럼,
또 어느 때는 친구처럼
바다는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바다만 바라보면서
군대생활을 하였다.
그 군대생활 중에 눈 오는 것을 딱 한번 보았다.
겨울바다에 눈 내리는 광경을…
정말 그 속으로 파묻히고 싶었다.
저 바다 속으로
저 눈(雪) 속으로
저 풍경 속으로
바다는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고
나에게는 고향보다도
더 그리운 곳으로 남아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 해 그 겨울의 겨울바다로 가고 싶다.
그런데 겨울이 다 가고 이제 봄이다.
다시 겨울바다를 보기 위해서는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눈 오는 겨울바다를 보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생각만 해도
그 해 그 겨울 겨울바다,
그 곳으로 가고 싶다.